곤충을 닮은 기괴한 형태의 오브제들, 어둡고 탁한 색감, 기묘하고 섬뜩한 연출. 어느 모로 보아도 크리쳐물이나 코스믹 호러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놀랍게도 한 걸그룹의 뮤직비디오다. 현재 케이팝 산업의 가장 강력한 슈퍼노바적 존재, 에스파의 정규 1집 타이틀곡 "Armageddon"의 이야기다.
1. 그로테스크의 미학이란
지금까지 이런 케이팝은 없었다. "아마겟돈"은 기존 케이팝의 방향성과는 전혀 다른 지점을 겨냥하고 있는 실험적이고 도발적인 작품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중요한 키워드는 '그로테스크'다. 그로테스크는 동굴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그로토(grotto)에서 유래된 용어로, 인간과 동식물 등이 기괴하게 결합된 형태를 묘사한 로마 시대 동굴 벽화로부터 출발했다.
비정상성과 불안정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어 때로는 혐오스럽거나 끔찍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그로테스크의 미학은 이미 대중문화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케이팝의 영역에서 이를 가감 없이 구현한 에스파의 "아마겟돈"을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2. 에스파와 혼합화의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