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슈퍼리치 이방인> 포스터 이미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슈퍼리치 이방인> 포스터 이미지 ⓒ 넷플릭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슈퍼 리치'의 삶도 (우리와)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난 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슈퍼리치 이방인>은 상위 1% 부자들의 화려한 삶을 들여다보는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공개 첫 주에 싱가포르, 홍콩에서 1위를 기록하고, 아시아 및 아프리카 지역 20개 국가에서 스트리밍 순위 TOP 10에 오르는 등 좋은 성적을 거뒀다.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에서도 8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시즌 20까지 제작될 만큼 흥행에 성공한 <카다시안 가족 따라잡기> 시리즈를 비롯해, <아이엠 조르지나> <셀링 선셋> <블링블링 엠파이어> 등 해외에서 부자들의 삶을 공개하는 쇼 다큐멘터리는 꽤 대중적인 장르다. 그러나 한국 시청자들에게 이들을 보여주는 시도는 <슈퍼리치 이방인>이 사실상 최초다. 

낯섦, 정서적 이질감을 뚫고 도전한 <슈퍼리치 이방인>의 연출자 박혜성 PD를 24일 서면으로 만났다. 박 PD는 "억만장자의 라이프는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할 법하다고 생각한다"며 "정작 한국에선 부자의 삶에 포커스를 맞춘 프로그램이 전무했고 모두가 궁금한 이야기를 담아낸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슈퍼리치 이방인>은 한국의 '억만장자'들이 아닌, 한국에 살기로 선택한 외국인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박혜성 PD는 "낯선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치열하게 살고 있고, 사랑도 꿈꾸고, 꿈을 좇다 보니 부모님과 갈등하게 되는 부분들이 전달된다면 시청자와의 공감대도 형성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자의 삶뿐만이 아닌 이방인으로서의 한국살이, '살아감'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작의 가장 큰 난관은 역시나 '억만장자' 출연자를 섭외하는 과정이었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한국을 좋아하는 외국인 '억만장자'를 구해야 하는 만큼 섭외는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박혜성 PD는 "억만장자, 그것도 외국인을 섭외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제작 과정 중 가장 많은 공과 노력을 기울인 게 섭외였다. '슈퍼 리치' 정도의 부를 이룬 사람을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도 없고, 매체에 노출된 사람들도 지극히 적어 몇 차례나 섭외하고도 일정이 맞지 않아 섭외가 결렬된 경우도 있었다. 제작기간의 반이 지금의 출연자 라인업을 구성하는 데 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말했다.

섭외의 시작은 싱가포르 출신 억만장자 데이비드용이었다고. K팝 분야에 투자를 원하는 사업가였던 데이비드용이 우연히 방송작가와 친분이 있었단다. 박 PD는 "전세기를 타고 다니는 억만장자가 굳이 한국에 와서 기획사에 미팅을 요청하고 거절을 당하는 등 밑바닥부터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프로그램의 적임자라고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부자들의 화려한 삶만 포커스? 핵심은 따로 있다
 
 넷플릭스 <슈퍼리치 이방인> 제작발표회 당시 박혜성 PD

넷플릭스 <슈퍼리치 이방인> 제작발표회 당시 박혜성 PD ⓒ 넷플릭스

 
'슈퍼 리치'들이지만 출연자들은 연예인이 아니다. 카메라를 낯설어하는 출연자들이 카메라와 제작진에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했다고. 박혜성 PD는 "촬영이 익숙하지 않은 출연자들이 카메라가 켜지면 갑자기 얼음이 되거나 어설픈 연기를 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출연자들 일상을 꾸밈없이 담아내려 노력했다. 때문에 출연자가 편안한 상태에서 촬영을 진행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며 "결과적으로 카메라와 제작진에 익숙해진 출연자들은 평범하게 아버지와 갈등을 겪는 모습, 소개팅에 가기 전에 거울을 보고 인사를 연습하는 모습 등 평범한 본인들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기획부터 후반작업 단계까지 1년여의 시간을 출연자들과 함께 보낸 박혜성 PD는 옆에서 직접 지켜본 '슈퍼 리치'들의 공통점에 대해 '단단한 내면'을 꼽았다. 
 
"'슈퍼 리치'들의 공통점은 그들의 내면이 아주 단단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꿈꿔온 삶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열정 넘치게 도전하고 목표만 보고 나아가는 당당한 삶의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열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현장에서 스태프들을 챙겨주는 모습 등등 많은 점을 배웠다."

<슈퍼리치 이방인>의 또다른 주역은 조세호, 뱀뱀, 미미 등 스튜디오에서 억만장자들의 삶을 지켜보고 함께 감탄하는 패널들이었다. 이들의 섭외 과정에 대해 박혜성 PD는 기획 단계부터 '조세호 이외에는 이 콘셉트를 이해할 수 있는 스타가 없다'고 전제하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세호는 '부자'라는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고 유쾌하게 풀어낼 수 있는 장점을 가진 MC로, 프로그램의 중심을 잘 잡아줬고 '슈퍼 리치'와 시청자들을 편안하게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어줬다. 뱀뱀 또한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스타로 출연자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미미를 통해서는 평범한 대한민국 젊은이의 시각을 대변하며, 시청자들과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박혜성 PD는 <슈퍼리치 이방인>을 보는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의 화려한 삶에만 포커스를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방송에)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부자의 삶이 아닌, 진짜 슈퍼리치들의 실생활을 담은 만큼 한국에서 누릴 수 있는 초호화 삶의 다채로운 면들을 속속들이 들여다보실 수 있다. 물론 <슈퍼리치 이방인>은 단지 부자들의 화려한 삶만을 포커스 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핵심은 그 부자들이 왜 한국에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의 나라에서 편히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와서 '자신의 꿈을 펼친다'라는 이야기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의 매력을 전달하고 싶었다."
슈퍼리치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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