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우렌의 결혼> 관련 이미지.

영화 <다우렌의 결혼> 관련 이미지. ⓒ 한국영화아카데미


 
 
다큐멘터리를 사랑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날이 갈수록 고달프다. 감독 데뷔는 요원하고, 계속 방송사 마감에 맞춰 영상을 납품하기만 하는 일상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이 고단해 보이는 청춘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섰다. 심지어 촬영을 위해서 가짜 결혼까지 하게 된다.
 
영화 <다우렌의 결혼>은 생소한 제목처럼 카자흐스탄이라는 타지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소동극이다. 만년 외주제작사 조연출 승주(이주승)와 그의 동료 영태(구성환)와 카자흐스탄 전통 결혼식 촬영이라는 임무를 안고 떠난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고려인이라며 자신만 믿으라던 감독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결국 예비부부 섭외조차 난항에 빠지다가 결국 승주가 신랑 역할을 소화하게 된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난 작은 사건이고, 웃고 넘어갈 법한 일이지만 영화는 제법 현실적인 고민과 딜레마를 품고 있다. 무엇보다 사실관계와 윤리성이 중요한 다큐멘터리, 그리고 다큐멘터리스트가 소재인데, 이를 훼손하는 일종의 연출된 영상을 찍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승주는 이번 프로젝트만 성공하면 감독으로 입봉시켜 주겠다는 제작사 대표의 말을 철썩같이 믿는다. 동료는 현지에서 촬영보단 음식과 술에 더 관심 있어 보인다.

절묘한 캐스팅의 조화
 
 영화 <다우렌의 결혼> 관련 이미지.

영화 <다우렌의 결혼> 관련 이미지. ⓒ 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 <다우렌의 결혼> 관련 이미지.

영화 <다우렌의 결혼> 관련 이미지. ⓒ 한국영화아카데미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윤리성을 던져버린 주인공을 관객 입장에선 전적으로 응원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가 얼마나 다큐멘터리를 사랑하는지, 영상에 얼마나 진심인지 영화 곳곳에서 드러나기에 그의 선택을 이해하게 된다.
 
<다우렌의 결혼>에서 승주의 결혼 상대가 되는 아디나(아디나 바잔)의 존재도 중요하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픈 엄마를 홀로 모시고 있는 그를 두고 승주나 영태는 딱한 시선을 견지한다. 꿈을 미룬 채 헌신한다며 안타깝게 아디나를 바라보는 승주는 타문화나 타인에 편협하기 쉬운 우리네 모습을 풍자하기도 한다.
 
결국 영화는 승주가 처한 상황을 두고 관객들에게 소소한 웃음을 던짐과 동시에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나름의 무게감을 가늠하게 한다. 여타 독립예술영화가 품을 법한 예술성이나 심오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대중영화에 버금가는 재미를 선사한다. 이런 시도만으로도 볼 이유가 충분할 것이다.
 
공교롭게 최근 예능 <나혼자 산다>에 출연한 배우 이주승은 이번 영화에 꽤 어울리는 캐스팅이다. 여러 대중영화에서 조, 단역으로 얼굴을 비춘 구성환과 카자흐스탄 현지 배우들의 조합도 어색하지 않다. 실제 고려인 출신 감독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박루슬란 감독이 직접 출연, 프로듀서 역할까지 맡았다는 것도 특기할 사실이다.
 
한줄평: 제법 귀엽고, 가볍다
평점: ★★★☆

 
영화 <다우렌의 결혼> 관련 정보

감독 및 각본 : 임찬익
출연 : 이주승, 아디나 바잔, 구성환, 조하석, 유승목, 박루슬란
제공 : 영화진흥위원회
제작 :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배급 : ㈜트리플픽쳐스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24년 6월 12일
 
 
 

 
   
다우렌의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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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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