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스틸컷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스틸컷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스틸컷
그렇다면 퓨리오사는 어떻게 통쾌한 승리 없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바로 외면하지 않는 용기다. 풍요로운 녹색에 땅에서 평화롭게 과일을 따던 어린 퓨리오사는 침입자를 발견한다. 함께 있던 친구의 말처럼 그대로 도망칠 수 있었지만 녹색의 땅이 노출되면 안 된다는 판단에 그들의 오토바이를 고장 내다가 납치된다. 납치된 퓨리오사를 구해내지만 결국 디멘터스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한 엄마는 퓨리오사에게 도망치라고 말한다. 그러나 퓨리오사는 다시 돌아와 끔찍한 마지막을 지켜보며 엄마의 곁을 지킨다. 무기농장에서도 디멘터스의 함정에 갇힌 잭을 외면하지 않고 돌아와 협공하며 디멘터스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분노의 도로>에서 최고의 순간은 퓨리오사와 다섯 아내가 임모탄의 추격을 성공적으로 뿌리치고 소금사막을 향해 내달리는 대신 다시 적들이 우글거리는 퓨리로드를 뚫고 시타델로 향하겠다며 전투 트럭의 핸들을 꺾는 순간이었다. 누구보다 녹색의 땅을 그리워하고 시타델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사람이 퓨리오사라는 게 본작을 통해 확실히 드러난 만큼 숭고하고 용기 있는 결정의 순간이 다시 부각된다. 이는 맥스의 조언을 경청하며 동시에 수많은 전투를 경험하고 시타델의 현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한 전략가의 면모도 있었겠지만, 어린 시절부터 대의와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돌파하는 기질의 발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영화에서 중요한 남성은 세 명이 나온다. 한 명은 그녀를 납치하고 '리틀 D'라고 부르며 세계의 잔혹함을 알려준 디멘터스, 건강한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디멘터스와 거래한 임모탄이다. 앞의 둘은 퓨리오사의 자유를 빼앗는 대신 안락한 생존환경을 보장하며 그녀를 주저앉히려 한다. 희망에 관한 가치관도 다르다. 디멘터스는 이 세계에 희망이란 없다고 단정하며 파괴를 일삼고, 임모탄은 자신이 세계를 구원할 희망이라고 오도한다.
근위대장 잭은 퓨리오사를 전우이자 친구로 대한다. 올바른 가치를 추구한 부모님을 두었던 잭은 그녀가 시타델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운전, 기계정비, 전투법 등을 알려준다. 디멘터스의 함정에 빠진 순간에도 그녀가 녹색의 땅으로 갈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한다. 선한 인물이지만 그 역시 퓨리오사의 나침반은 되지 못한다. 미쳐버린 세상에서 희망을 찾기에 그의 마음이 너무 지쳐버린 탓이다. 세 남성에게 희망을 발견하지 못한 퓨리오사의 마음은 스스로에게로 향한다. 장장 15년 동안 불태워온 분노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결정하는 순간이 퓨리오사의 캐릭터를 완성한다.
분노의 도로에서 이어지는 퓨리오사를 위한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