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연애3> 메인포스터
<환승연애3> 메인포스터TVING

원조보다 소문난 맛집이 이런 걸까. 티빙 오리지널 예능 시리즈 <환승연애> 시즌3가 아쉬운 반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의외의 곳에서 호응이 터졌다. 티빙의 흥행수표 <환승연애>는 이별한 커플들이 한 집에 모여 지나간 연애를 되짚고 새로운 연인을 찾아가는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이다. 특히 전작이었던 <환승연애2>는 "내일 봬요, 누나", "우리 스물 한 살에 만났는데 스물아홉이야" 등 명장면을 남기며 '환연' 붐을 일으켰다.

시즌2까지는 순항하던 <환승연애>였으나 시즌3가 되자 고비를 맞았다. 이진주 PD가 퇴사하며 연출진이 교체되었고, 일부 출연진들의 짧은 연애 기간과 지나치게 긴 러닝 타임 등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식어가던 화제성에 다시 불을 지핀 건 유튜브 리뷰 영상들이었다. 프로그램을 보며 함께 분노하고, 웃고, 슬퍼하는 이들의 모습에 시청자는 공감했고 <환승연애>는 안 봐도 '환승연애 리뷰'는 챙겨본다는 사람들까지 속출했다. 본편보다 뜨거웠던 <환승연애3>의 리뷰 열풍, 소문난 '리뷰' 맛집의 비결은 무엇일까.
 
필기하면서 시청, '환연' 1타강사까지 등장
 
 <환승연애2> 출연진의 <환승연애3> 리뷰
<환승연애2> 출연진의 <환승연애3> 리뷰Youtube
 
처음에는 <환승연애3> 리뷰 열풍이 아리송했다. 프로그램 자체가 이미 리뷰를 담고 있는 포맷이었기 때문이다. <환승연애> 시리즈는 출연진들의 연애와 이별, 숙소에서 보내는 일상 등을 여과 없이 공개한다. 그리고 연예인 패널들은 스튜디오에서 이를 지켜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말하자면 패널들의 '리뷰'를 덧붙이는 포맷이다. 출연자의 행동에 함께 설레어하고, 이해가지 않는 출연진의 행동에 함께 웃기도 하는 상대가 이미 <환승연애3> 속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방송에서 패널들이 100% 솔직한 반응을 보여줄 수는 없다. 제작진과 패널은 어쩔 수 없이 출연자들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회 공개될 때마다 패널들의 정제된 리액션이 아쉽다는 일부 의견이 있었고, 패널들의 의견에 공감가지 않는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전 시리즈보다 연출과 출연진 구성에 아쉬움이 많았던 <환승연애3>였기에 시청자가 느끼는 감정의 폭도 격했다.
 
그런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달랜 건 유튜브 속 <환승연애3>의 리뷰 영상이었다. 인플루언서들부터 시즌2에 출연한 희두-나연 커플, 규민 등 리뷰 영상을 제작한 이들은 많았다. 그중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영상은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과 <찰스엔터>다. 두 채널은 모두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운영한다. 그 덕분에 리액션은 거침없고, 시청자에게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이점이 컸다.

<환승연애3>는 한 회 최대 러닝타임이 3시간 14분에 달할 만큼, 다른 시즌보다 영상 길이가 길었다. 1회부터 꾸준히 보지 않은 사람에겐 진입 장벽인 셈이고, 한 회차만 놓쳐도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평이었다.

<하말넘많>은 이를 활용해, 여러 회차를 묶어 출연진 간 관계성과 심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요약·분석한 리뷰 영상을 올렸다. 직접 칠판에 관계도를 그려가며 설명하고 출연진의 심리를 날카롭게 짚어내면서 '환연 일타 강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영상 제목 또한 '환연 입문 특강', '환연 심리 분석' 등 강사 콘셉트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하말넘많>이 '환연 일타 강사'라면, <찰스엔터>는 함께 즐기는 친구에 가까웠다. 식사하면서 TV를 보는 시청자들처럼 똑같이 음식을 먹으며 <환승연애3>를 시청하는 찰스엔터는 당혹스러운 출연진의 행동에 "뭐래?", "적당히 해라" 등 속 시원한 일침을 날리기도 하고, 감정적인 장면에는 출연진처럼 눈물을 흘린다. 특히 본인이 <환승연애3> 출연진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상상하는 '만약에 나였다면 TIME'은 시청자들의 큰 공감을 샀다.

패널들처럼 출연진의 행동에 반응하는 건 같지만, <하말넘많>과 <찰스엔터>의 표현 수위는 더 직설적이다. 답답할 때는 인형을 세게 때리거나 머리카락을 부여잡기도 하고, "좋은 말이 나오지 않을 거 같다", "너무 화나서 심장 뛰어" 등 솔직하고 노골적으로 표현한다. 유튜버들의 리뷰 영상에 시청자들도 함께 분노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너무 날것의 리뷰가 남긴 우려
 
 유튜브 채널 <찰스엔터> 화면갈무리
유튜브 채널 <찰스엔터> 화면갈무리charlesenter
 
<환승연애3>만큼 '환연 리뷰'가 인기를 끈 요즘, 우려스러운 건 공감의 편향, 그리고 악플이다. 티빙 공식 유튜브 채널은 일반인 출연자들에 대한 악플을 염려해 <환승연애> 영상에는 댓글 서비스를 닫았다. 그러나 유튜버들의 리뷰 영상은 개인 채널로 운영되기에 얼마든지 자유롭게 댓글을 남길 수 있다. 문제는 유튜버들의 주관적인 리뷰에 과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연애를 하고 이별을 겪고, 또 새로운 사랑을 찾는 행동에 당연하게도 정답은 없다. <환승연애3> 출연진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는 잘 맞지 않았던 연인이었을지라도, 새로운 사람과는 잘 맞을 수도 있다. '엑스'(전 연인)가 싫어하는 행동을 했다고 해서, 그게 꼭 비난받아야 마땅한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헤어지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 과정이 방송에 낱낱이 공개되는 <환승연애> 포맷의 특성상, 사람들은 잣대에 맞지 않는 출연자의 행동에 쉽게 분노하고 악플을 달기도 한다. 게다가 헤어진 연인과 재회한다는 프로그램 설정, 낯선 사람들과 장기간 합숙 생활을 해야 하는 환경, 하루종일 돌아가는 카메라와 편집이 맞물리다 보면 누구라도 의도치 않게 '빌런'이 될 수 있다.

유튜버 리뷰 영상들은 출연진의 발언과 행동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여기에 격한 리액션을 더한다. 만일 본 방송만 봤다면 스치듯 지나갔을 장면에 리뷰 영상이 코멘트를 덧붙이면 더욱 괘씸한 행동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의 감정도 더욱 격해지기 마련이다. 또한 유튜버의 분석이 출연진의 마음을 온전히 대변했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

그러나 리뷰 영상을 시청하는 이들은 유튜버가 '나처럼' 분노하고, '나처럼' 슬퍼하길 원한다. 즉,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공감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영상을 클릭하는 셈이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사실만 선택적으로 취하는 '확증 편향'이 발동된다. 어쩌면 리뷰 영상들은 시청자의 확증 편향을 영리하게 이용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처럼 혹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격하게 리액션하는 유튜버에게 연예인 패널보다 시청자 반응이 더 뜨거운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와 같은 리뷰 영상들에는 공식 채널과 달리 댓글 창이 열려있다. 그 안에는 출연진을 향한 부정적인 반응과 평가가 가득하다. 댓글은 많지만, 마치 한 사람이 남긴 것처럼 출연진을 향한 일관된 기조와 리뷰 유튜버의 분석을 신뢰하는 반응이 특징이다.

그간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이 성공한 원인은 '과몰입'이었다. 현실적이라 빠져들게 되고, 내 일처럼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맞장구를 칠 상대가 필요하고, 프로그램 리뷰 영상으로 손을 뻗게 되는 사람들도 많아진다. 본편에서 볼 수 없는 '사이다' 멘트에 끄덕이다가도, 문득 마음 한편이 불편해졌다. 누군가의 연애에 과몰입해서 그를 비난해서 남는 게 무엇일까. <환승연애>도, 리뷰 영상도 결국은 다 방송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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