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지수> 관련 이미지.
인디스토리
그간 신인 배우들을 꾸준히 등용해 온 이돈구 감독은 이번 영화에선 배우 권잎새와 반시온을 캐스팅했다. 뮤지컬 배우, 그리고 과거 가요 오디션 프로 출연자로도 알려진 권잎새는 조건 없이 우주를 돕고, 아들을 잃은 어머님을 선뜻 위로한다. 우주는 자신의 저지른 과오를 반성하고, 제법 순수하게 속죄 의식을 갖는다. <미지수>가 신선하게 다가온다면 이 두 배우들의 공이 크겠다.
"반시온 배우는 6년가량 알던 친구인데, 사람이 투명하고 솔직하다. 그간 여러 작품에서 단역을 해왔는데 지금처럼 중심 캐릭터를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근데 시나리오 과정에서 우주 대목을 쓸 때마다 반시온 배우가 계속 생각나더라. 지수 역은 나름 알려진 배우 측과 접촉하기도 했지만, 권잎새 배우가 오디션 과정에서 눈에 들어왔다. 영화의 홍보마케팅을 생각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수도 있지만, 정말 지수와도 같은 느낌의 배우라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겐 배우의 스타성이 크게 중요친 않은 것 같다. 등장인물과 같은가 그것만 본다. 대화를 나눠보고 어떤 사람인지 생각한다. 물론 오디션을 보긴 한다. 근데 그게 절대적이지 않다. 현장에서 참 잘하는 배우인데 오디션에서 죽 쑤는 이도 많거든. 테크닉은 동기부여만 잘 해주면 알아서 는다. 그래서 마음이 열려 있는 배우인지가 제겐 중요하다."
배우 연기에 집착하다
이돈구 감독은 그간 콘티를 꼼꼼하게 만들어왔다. 대본과 함께 촬영장에서의 설계도와 같은 콘티를 이번엔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배우에게 모든 걸 열어놓기 위함이었다지만 스스로도 모험이었다. 배우 출신이기도 한 이돈구 감독은 "그래서 더 배우분들 연기에 집착했던 것 같다"며 말을 이었다.
"촬영 두 달 전부터 리허설을 했다. 집과 소품을 재현해놓고 말이다. 박종환, 양조아 배우님이야 워낙 베테랑이어서 콘티가 있는 게 더 나았겠지만 반시온 배우나 권잎새 배우는 거기에 갇히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번 영화가 특별한 카메라 기술이나 미장센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나름 콘티 없이 하게 됐다. 저로서도 성장이었다. 배우들에게도 특별한 기술 말고 그 현장에 그 사람으로 존재해달라고 말한 정도다.
근데 그게 어렵잖나. 어떻게 지수로, 우주로 존재하지 그 딜레마가 있었던 것 같다. 경험이 많이 없다 보니까 힘들어한 면도 있지만 동시에 그래서 더 빨리 받아들이더라. 반시온 배우가 생각이 많은 스타일이고 권잎새 배우는 용맹한 스타일이랄까. 그래서 현장에서 권 배우가 리드를 잘 해나갔던 것 같다."
상실과 이별을 소재로 했다지만 결국 영화는 남은 자들이 어떻게 그걸 견뎌내고, 애도하는지 물어보고 의미를 던지는 쪽으로 나아간다. 이돈구 감독 또한 "그 부분을 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더 큰 일을 겪으신 분들에 비할 바 아니지만 저도 그랬고, 결국 남은 사람들은 삶을 살아가야 한다. 감히 제가 말하긴 어렵지만 조금이나마 용기를 갖고, 두꺼운 커튼을 걷어볼 수 있지 않나 조심스럽게 전하고 싶었다. 상실의 아픔을 겪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 영화를 보시고 주변을 좀 둘러봤으면 좋겠다. 왜냐면 이별은 정말 갑자기 오거든.
저도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을 잘 안하고 살가운 쪽은 아니었는데 이번 영화를 찍고 달라졌다. 같이 연극하고 영화를 한 친구들과 만나서 얘기도 나누고 서로 살피는 게 필요하겠더라. 그런 유대가 필요한 시대다. 스스로는 제 영화에 등장한 캐릭터들을 위로하고 돌아보는 마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