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관을 간다 그러면은 저희가 보통 무언가를 준비릴 때 가잖아요.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근데 그게 이별인 것 같아서 마지막 이별을 준비하는 것 같아서 느낌이 이상하더라고요." (동진)

마침내 동진은 무너져 내렸다. 3주 동안 필사적으로 잠갔던 마음은 X와의 데이트 30초 만에 와르르 녹아버렸다. 다혜가 마치 약속한 듯 비슷한 색의 옷을 입고 나타나자 설렘을 느꼈고, 차 옆자리에 앉는 순간 13년의 세월이 다시 선명히 떠올랐다. 너무도 익숙한 느낌에 스스로도 놀라고 말았다. 처음으로 함께 사진을 찍으러 간 그들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을 쏟았다. 

역시 '환승연애3'의 주인공은 동진과 다혜였다. 10대부터 이어진 13년 연애를 뛰어넘을 스토리가 있을까. '환친자'('환승연애'에 미친 자를 줄인 말)들이 손꼽아 기다렸던 장면도 동진과 다혜의 X데이트였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그것 말고는 딱히 기대되는 부분이 없었다. 그만큼 티빙 '환승연애3'는 실망스러웠다. 시즌2까지 최고의 화제를 모았던 '환승연애3'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뻔한 패턴-지루한 스토리, 제작진의 패착도 한 몫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3> 관련 이미지.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3> 관련 이미지.티빙
 
뻔한 패턴, 시청자는 놀랄 수 없었다.

'환승연애3'은 앞선 시즌과 같은 구성과 패턴을 반복했다. 출연자가 등장하고 데이트를 하는 방식도 달라진 게 없었다. 합숙을 하고, 음식을 하고,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일상은 판에 박은 듯했다. 문자를 통해 설레는 상대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나 중간에 메기가 등장해 판을 흔드는 시도도 동일했다. 시청자들은 달라진 것 없는 '환승연애3'를 보며 설렘을 느낄 수 없었다. 

지루했던 스토리, 주인공 없어 몰입감 떨어졌다.

'연애 리얼리티'에는 다양한 출연자가 등장하지만, 모든 출연자가 동일한 포커스나 분량을 배정받는 건 아니다.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환승연애3'에는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커플이 부재했다. 13년 연애로 시선을 끌었던 동진-다혜 커플은 감정 정리를 하느라 맥을 추지 못했고, 주원과 유정은 X의 존재로 끊임없이 흔들려 확실한 지지를 받지 못했다.

메기 효과 반감, 너무 늦은 타이밍에 투입됐다. 

메인 스토리가 지지부진하다면 반전을 노릴 '메기'(뒤늦게 합류한 출연자)의 투입은 신의 한수가 될 수도 있다. '환승연애2'에서도 중간에 합류한 해은의 폭풍 눈물이 시청자를 울렸고, 제주도에서 현규가 등장하며 판세를 뒤집어놓지 않았던가. 하지만 '환승연애3'에서는 메기들이 도통 힘을 쓰지 못했다. 재회만을 생각하고 출연한 민형은 매기 역할을 하지 못했고, 종은은 어떤 출연자와도 호감을 형성하지 못했다. 

매력 없었던 캐릭터, 공감도 설렘도 없었다.

결국 '연애 리얼리티'도 캐릭터가 중요하다. 시청자의 '덕질'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매력적인 출연자가 있어야 한다. '환승연애2'에서 이나연, 성해은, 김태이, 정현규 등이 그런 역할을 했는데, '환승연애3'에서는 딱히 눈길을 끄는 출연자가 없다. 무엇보다 진전없는 로맨스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감정 싸움이 캐릭터에 대한 몰입을 방해했다. 갈대처럼 흔들리는 저들을 어찌 애정하겠는가. 

편집 포기한 제작진, 빌런만 양성했다. 

'환승연애3'는 1회 126분, 2회 97분으로 편성됐다. 하지만 8회에서 147분, 9회에서 150분으로 길어졌고, 15회에는 194분까지 늘었다. 12일 공개된 19회도 179분이나 된다. 문제는 기나긴 러닝타임 속에서 감정 싸움이 반복되면서 출연자들이 '빌런'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애당초 16부작이었던 분량을 20회로 엿가락 늘리듯 늘려놨으니 예고된 문제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환승연애'의 가장 큰 강점은 공감과 설렘이었다. 수많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탄생했지만, '환승연애'가 주는 극사실감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실제 커플이 등장해 그들의 연애사를 공개하고,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며 갈등하는 모습은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했다. 또, 각 커플마다 이별을 받아들이는 단계나 입장, 감정이 천차만별이라 공감할 여지가 컸다. 

하지만 시즌3에서는 그동안 보여줬던 강점이 전혀 발휘되지 않았다. 앞서 짚어봤던 문제점들이 누적된 탓이다. 갈팡질팡하는 출연자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 부분만 지나치게 반복, 강조되며 지루해졌다. 티빙은 지난 1월 '환승연애3'가 유료가입기여자수 역대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지만, 지난 3일 공개된 온라인 화제성 랭킹에서는 7위에 그쳤다(굿데이터). 

캐스팅에 대한 아쉬움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연애 기간이 3개월도 채 되지 않는 상정-민형 커플의 경우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는 섭외인지 의문이다. 또, 쇼트트랙 국가대표 출신 상정, 걸그룹 출신인 다혜, 미스코리아 출신인 유정 등 인플루언서 위주의 섭외는 화제성을 겨냥한 제작진의 의도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또, 출연자들이 방송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모습도 불편했다. 

'환승연애'의 부침에는 이진주 PD의 이탈도 일정한 영향을 줬다. 현재 이진주 PD는 웨이브에서 '연애남매' 연출을 맡아 로맨스와 가족애를 모두 잡으며 '연애 리얼리티'의 새로운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큰 이변이 없다면 내년에도 어김없이 '환승연애4'가 나올텐데, 그때는 문제점들을 보완해서 공감과 설렘을 주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환승연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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