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이징 그레이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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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저택이라는 폐쇄적인 장소를 빌어 밀실 공포를 자아낸다. 겉으로는 오랜 가문의 흔한 상속 싸움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우월주의가 만연했던 가문의 치부가 숨겨져있다. 식민주의와 백인 사회의 불편함을 담는 동시에 인종, 성, 계급 갈등의 메시지, 디아스포라 정체성까지 녹여 냈다. 시대를 반영하는 현실 공포와 조여오는 서스펜스가 몰입감을 선사한다.
필리핀은 다수의 자국 인력을 세계에 파견하는 나라 중 하나인데 특히 간호직이 인기가 많다. 조이는 팬데믹 시기에 아픈 영국인을 돌봐야 하는 필리핀 출신 의료진의 상황이 반영된 캐릭터다. 필리핀계 영국인 신예 '패리스 자실라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을 토대로 완성되었다.
교사였던 어머니가 영국으로 이민 오면서 청소직부터 시작했는데 일터에 쫓아가 말썽 부리며 자랐던 유년 시절을 녹여냈다고 한다. 필리핀 이민 2세대로서 느꼈던 다양한 경험을 녹여낼 차기작 분노 3부작이 기대되는 이유다. 영국 사람을 돌보기 위한 가사, 돌봄 등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된 보상과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이민자의 아픔이 응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