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스틸컷
CJ ENM
인연이란 말은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다.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인가 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등등. 한 번 맺은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은 학연, 지연, 혈연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호감이 느껴지는 상대를 향한 작업 멘트나, 애착 있는 사물에도 적용되기도 한다. 잠시였더라도 또 만나면 인연이라는 말을 꺼내고, 돈독한 사이로 발전하는 게 한국식 관계다.
특히 한국인 특유의 정(情)과 만나면 끈끈한 접착제가 된다. 호감이 생기면 '전생에 무슨 인연이었길래'라는 말로 심화된다. 친분을 유지하고 싶을 때 주로 쓰이지만 한(恨)과 만나면 철천지원수 지간에도 통용되는 신비한 단어가 인연이다.
대체 한국인에게 인연은 무엇일까. 오랜 유교 문화가 만들어낸 끊을 수 없는 가치관일까. 여전히 21세기에도 인연이란 말이 통하는 걸 보면 신기하다.
전 세계를 돌며 다양한 첫사랑 사연을 들었다는 셀린 송 감독은 "독립적이고 개인주의가 강한 서양 문화권에서는 생소한 단어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인연'을 자주 생각하고 유용하게 쓰고 있다"며 말을 이었다. 음식만큼 강력한 콘텐츠의 전파력을 재확인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인연을 설명할 때 영어로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발음하는 장면이 꽤 의미심장하다. 고유 명사가 된 '먹방', '재벌', '갑질' 같은 공용어 중 인연도 포함되겠다는 재미있는 상상도 해봤다.
보편적인 이야기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