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기는 아미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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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는 아미코(오사와 카나)는 유일한 친구 노리를 만나는 게 가장 즐거운 아이다. 가족, 동네, 학교에서도 유별난 아이로 불리지만 주변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 무럭무럭 자라난다. 장난기가 과한 걸까, 숨김없는 마음인 걸까. 종종 과격한 행동과 말에 기분이 상하는 일이 생기지만 다들 그러려니 이해해 주는 분위기다.
그러던 어느 날 아미코의 순수한 마음이 오히려 해가 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평소에도 기르던 동물이 죽으면 앞마당에 작게 무덤을 만들어 추모하던 아이는 유산 후 슬퍼하는 엄마를 기쁘게 해주려고 동생의 묘를 만들어 자랑했다.
아이의 순수한 행동은 아직 아물지 않은 어른의 마음에 또다시 상처 낸 격이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지만. 간신히 버티고 있던 가느다란 희망을 잘못 건드린 탓에 가족은 와해되어 버리기 시작했다. 그날부터 엄마(오노 사치코)는 모든 의욕을 잃고 세상과 단절된 자신만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오빠는 불량해지다 못해 탈선했고, 아빠도 무기력해져 버렸다. 한 가족이 갑자기 붕괴되어 버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미코는 무엇을 잘못한 건지, 밝고 상냥했던 엄마가 왜 자기만 보면 숨는지 알 수 없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고 스스로도 묻지 않았다. 아미코의 가족은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멈추어 버리게 된다.
응답하지 않는 벽 앞의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