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국민의힘 동탄을 한정민 예비후보가 페이스북을 통해 정준호 배우의 응원사실을 공개했다.
지난 28일 국민의힘 동탄을 한정민 예비후보가 페이스북을 통해 정준호 배우의 응원사실을 공개했다. 한정민 페이스북
 
전주국제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인 배우 정준호가 국민의힘 예비후보를 방문해 응원의 뜻을 밝힌 것에 대해 독립영화 진영이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영화산업 예산 삭감 및 영화제 예산 축소 등으로 영화계가 위축된 상황에서 정준호가 영화인들의 정서와 어긋난 행보를 보이자 싸늘한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전주시의회 등에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전주영화제 역시 벙어리 냉가슴 앓듯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지난 28일 국민의힘 경기 화성을 한정민 예비후보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 "친동생처럼 저를 아껴주시는 정준호 배우님이 사무실을 찾아주셨습니다"라며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한정민 예비후보는 "진심 어린 조언과 아낌없는 격려를 해주셔서 더 큰 힘이 납니다. 특히 많이 못 도와줘서 미안하다'는 말씀이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정준호 배우는 "나의 20대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처음 도전하는 선거가 많이 힘들지 않느냐"며 "공익법인 홍보대사라 정치 중립 의무가 있어 많이 못도와줘 미안하다"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을 파악한 전주시의회 박형배 의원은 지난 29일 정준호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 대한 전주시 및 조직위 입장을 요구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자리를 공익법인 홍보대사라고 지칭한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물었다.

전주시 측은 "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는 재단법인으로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이 금지된 지방공사와 지방공단이 아니므로 정치적 중립 의무가 없고, 정관상에도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또 "정준호 위원장은 공식적으로 위촉된 홍보대사만 고성군, 부산진구(2019년), 중소기업중앙회 노란우산, 양평군, 강남구(2023년) 등 100여 개로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직무를 홍보대사로 지칭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주시 내부적으로 주의를 주겠다는 입장을 시의회에 전했다고 한다.

독립영화 정체성과 맞지 않는 가벼운 처신
 
 지난해 전주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우범기 시장과 정준호 배우
지난해 전주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우범기 시장과 정준호 배우전주영화제 제공
 
사실 영화제는 정치적 독립성이 요구되는 곳으로,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가치이기에 정치적 중립 의무는 오히려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일부 배우들이 정치인 후원회장 등을 맡기도 해 정치적 입장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전주영화제의 정체성에 비춰볼 때, 집행위원장인 정준호 배우의 행동은 영화제와의 특성과는 결을 달리하는 모습이다. 보수정권의 블랙리스트로 인해 영화계의 거부감이 존재하고, 최근 영화산업 예산 삭감 역시 그 연장선이라는 여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영화계 대표 인사로서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행동은 경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정준호 배우가 집행위원장으로 임명될 때부터 제기된 우려였다. 전주시장의 일방적 임명에 항의해 영화인 이사들이 집단 사퇴하기도 했고, 지난해 전주영화제에는 독립영화의 인사들이 보이콧을 하며 항의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관련기사: 독립영화 주요 인사들 불참, 사실상 전주영화제 '보이콧')
 
임명 당시부터 예상했던 우려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시선이 적지 않다.

한국독립영화협회 백재호 이사장은 "전주영화제는 내부적으로 이런 상황을 보고만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정준호 집행위원장은 영화제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신중하게 행동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민병록 전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전주영화제가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하는데, 집행위원장은 이와 정반대로 가벼운 행동만 일삼는 것 같다"며 "영화제에 득이 될 게 하나도 없는 행동이고, 영화 예산 삭감 등으로 우려가 많은데, 독립영화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행동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주영화제를 그만두고 그런 행동을 하면 모를까 집행위원장으로 처신으로 좋게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주영화제 측은 "집행위원장 매니저가 아닌 입장에서 무슨 일을 하시는지 일일이 파악하기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개인적인 행동에 대해서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냈으나, 난처하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전주영화제 정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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