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주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우범기 시장과 정준호 배우
전주영화제 제공
사실 영화제는 정치적 독립성이 요구되는 곳으로,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가치이기에 정치적 중립 의무는 오히려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일부 배우들이 정치인 후원회장 등을 맡기도 해 정치적 입장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전주영화제의 정체성에 비춰볼 때, 집행위원장인 정준호 배우의 행동은 영화제와의 특성과는 결을 달리하는 모습이다. 보수정권의 블랙리스트로 인해 영화계의 거부감이 존재하고, 최근 영화산업 예산 삭감 역시 그 연장선이라는 여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영화계 대표 인사로서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행동은 경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정준호 배우가 집행위원장으로 임명될 때부터 제기된 우려였다. 전주시장의 일방적 임명에 항의해 영화인 이사들이 집단 사퇴하기도 했고, 지난해 전주영화제에는 독립영화의 인사들이 보이콧을 하며 항의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관련기사:
독립영화 주요 인사들 불참, 사실상 전주영화제 '보이콧')
임명 당시부터 예상했던 우려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시선이 적지 않다.
한국독립영화협회 백재호 이사장은 "전주영화제는 내부적으로 이런 상황을 보고만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정준호 집행위원장은 영화제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신중하게 행동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민병록 전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전주영화제가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하는데, 집행위원장은 이와 정반대로 가벼운 행동만 일삼는 것 같다"며 "영화제에 득이 될 게 하나도 없는 행동이고, 영화 예산 삭감 등으로 우려가 많은데, 독립영화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행동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주영화제를 그만두고 그런 행동을 하면 모를까 집행위원장으로 처신으로 좋게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주영화제 측은 "집행위원장 매니저가 아닌 입장에서 무슨 일을 하시는지 일일이 파악하기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개인적인 행동에 대해서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냈으나, 난처하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