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24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MBC
 
<놀면 뭐하니?>가 모처럼 유 부장(유재석)의 직장 생활 이야기로 소소한 웃음을 선사했다. 지난 24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는 지난주에 이어 '반차 후 출근: 멤버들의 직장생활 체험기' 두 번째 시간으로 마련되었다. 

한 주 전 즐겁게 오전 4시간을 알차게 보낸 멤버들은 목적지에 대한 일체의 정보 없이 제작진이 준비한 차량을 타고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건 예상대로 유재석이 등장하는 내용이었다. 그가 도착한 곳은 부천에 위치한 어느 중소기업이었다.  

​영문도 모른 채 직장 생활을 하게 된 그는 즉석에서 '부장' 직함을 받고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별 것 아닐 수 있는 이야기의 전개였지만 이번 '반차 후 출근'은 기대 이상의 재미와 웃음을 동시에 안겨줬다.  

부장이 회사에서 가장 막내 직급에 속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면서 직장인들의 애환, 공감대를 적절하게 형성한 덕분에 앞선 방영분들과 다르게 이번 <놀면 뭐하니?>는 고정 시청자들 사이에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평사원 없는 회사에 출근한 '실수 연발' 유 부장​
 
 지난 24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24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MBC
 
유재석이 출근한 모 회사는 연 매출 15억 원 이상을 달성하는 자판기 개발 전문 중소기업이었다. 몇 명 안 되는 직원수지만 20년 이상 탄탄하게 이어온 회사에 '4시간 취업'하게 된 유재석에게 업체 대표는 즉석에서 부장 직함을 부여했다. 그런데 이 곳에는 평사원은 단 한 명도 없고 전무, 실장, 이사 등 간부직 사원들로만 채워졌기에 부장이 '회사 막내'가 되는 기묘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

이와 같은 설정 덕분에 <놀면 뭐하니?>의 '반차 후 출근'은 돌발 상황이 쏠쏠한 재미를 형성했다. 부장이 직접 박스 테이프 붙이고 택배 송장 인쇄해야 하는 업무의 연속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잔잔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실제 직장인 경험도 없고 PC 다룰 일이 많지 않던 유 부장은 결국 송장 출력에서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사무실 밖으로 나가던 그는 결국 제작진에게 SOS를 요청하기에 이른다. 앞선 방영분에서 세뱃돈을 건네준 최고참 FD를 급히 소환했지만 제대로 될 리 만무했다. 결국 옆자리 상사의 도움 덕분에 무사히 출력할 수 있었다. 별것 아닌 장면이었지만 실제 상황이 자아낸 웃음은 시청자 입장에선 신입 시절을 떠올리게 하면서 묘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시간 정말 안 간다... '칼퇴근' 기다리는 유 부장​
 
 지난 24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24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MBC
 
간단한 박스 포장, 회사 비품 구매 과정에서 잘 모르는 사항 때문에 쩔쩔 매던 유 부장에겐 모처럼 한가함이 찾아왔다. 컴퓨터로 웹 서핑하면서 퇴근만을 기다려 보지만 시간은 왜 그리도 길기만 한 걸까? 자꾸 뒤돌아 벽시계를 바라보지만 여전히 초침은 제자리에 있는 듯했다.  

​그의 현재가 안쓰러웠는지 전무님은 잠시 유 부장을 불러내 바람 좀 쐴 수 있는 사무실 바깥 베란다에 앉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선사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잠시 뿐. 여전히 시간은 더디게 흘러만 갔다. 그리고 곧이어 학수고대하던 오후 6시가 찾아왔다. 

"벌써 퇴근 시간이네요"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유 부장은 엄청난 속도로 자리에서 일어나 회사 상사들에게 인사를 고하고 칼퇴근에 돌입한다. "마치 퇴사 같은 퇴근 인사"라는 자막과 더불어 고단했던 유 부장의 회사 막내 생활도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공감되는 현실이 만든 웃음​
 
 지난 24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24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MBC
 
동생 하하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내가 지금 여기 부장인데 막내야, 송장 붙이고 이런 걸 네가 알아?" 하는가 하면 제작진에게 솔직하게 "집에 가고 싶다"라고 하소연하는 유재석의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국민 MC면서 베테랑 예능인이지만 낯선 장소, 사람들 사이에서 쉽지만 결코 해보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은 시청자 입장에서도 동질감을 형성했다. 특히 퇴근 시간만 기다리면서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는 광경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이해되는 장면이기도 했다.  

"나도 저러는데...", "칼퇴 바라는 건 연예인도 마찬가지"라며 비교적 호의적인 반응이 나온 것 역시 우리의 일상 생활이 화면 속에 반영된 덕분이었다. ​준비되지 않은 일을 수행해야 했던 이날의 유재석은 모처럼 초창기 <놀면 뭐하니?>에 가까운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특별한 장치나 도구 없이도 꾸준하게 재미를 뽑아 낼 수 있었던 건 현실 속 이야기와 가까웠던 다양한 장면이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때론 치밀한 가획 대신 생활밀착형 소재 활용이 더 큰 웃음을 생산할 수 있음을 <놀면 뭐하니> 속 '직장인 막내' 유 부장이 몸소 증명해냈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놀면뭐하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