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KBS
미용실을 운영하는 보호자는 7개월째 골디, 럭키와 함께 출근 중이었다. 분리불안 증세가 심해 집 안이 엉망이 될까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손님의 안전은 보장되는 상황일까. 손님의 시야에서 차단하기 위해 임시벽을 설치해 두었지만, 손님의 인기척에 순식간에 질주하는 럭키를 막을 수는 없었다. 어렵게 입장한 손님들은 럭키의 짖는 소리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강형욱은 이 장면은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럭키의 경계성 짖음은 계속 됐고, 문 앞의 다른 반려견을 보자 달려들어 안전문을 넘어뜨리기도 했다. 엄마 보호자는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통제가 전혀 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건뒤늦은 격리뿐이었다. 이전에도 아찔한 상황이 수도 없이 많았을 테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강형욱의 생각이 깊어졌다.
보호자는 어떻게 럭키와 살게 된 걸까. 주변 상가의 청년들이 파양한 럭키를 맡아 키우게 된 후 주위의 만류에 불안감이 앞서 다른 곳에 보냈지만, 한 달여 만에 관리도 받지 못한 채 파양돼 함께 지내기로 한 것이다. 한편, 보호자는 현재 두 집살림 중이었는데, 전원주택에서 럭키와 골디를 데리고 살았고, 아파트에는 초등학생 자녀 2명과 반려견 캔디, 반려묘 3마리가 지내고 있었다.
이렇게 분리를 한 까닭은 럭키가 길고양이를 무는 것을 보고 집의 작은 동물들이 위험해질까봐 우려됐기 때문이다. 럭키의 공격 본능은 도고 아르헨티노 특유의 성향이었다. 충성심이 강해 보호자와 떨어지면 분리불안 증세가 나타나는 것도마찬가지이다. 타고난 경비 기질로 치안이 불안정한 곳에서 키우는데, 영국에서는 허가가 필요하고, 호주-독일에서는 사육이 금지 및 제한되어 있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자신을 향해 격렬히 반응하는 럭키를 가만히 지켜봤다. 보호자는 이를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고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강형욱은 연약한 통제가 아니라 목줄을 바짝 당기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면서 "'착한 앤데 입마개도 하고 있어요'라는 생각은 절대 금물"이라 덧붙였다. 돌발 행동을 막는 게 보호자의 의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 것이다.
"제가 생각하는 문제는요. 엄마 보호자가 아이들하고 떨어져 사는 거 같은데요." (강형욱)
본격적인 상담을 시작한 강형욱은 엄마 보호자에게 '우선순위'에 대해 언급했다. 보호자로서 럭키를 보살피는 일도 중요하지만, (비록 자주 방문해서 챙긴다고 해도) 엄마로서 초등학생인 두 자녀를 책임지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은가. 강형욱은 자신도 초6부터 중3까지 부모님 없이 동생과 함께 살았다며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엄마 보호자의 우선순위를 정립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럭키는 골디가 사라지자 하울링을 시작했는데, 보호자가 옆에 있는데도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그건 곧 진짜 보호자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만큼 리더십이 없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강형욱은 럭키가 나쁜 개가 아니지만, 환경이 위험한 반려견으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또, 보호자 아닌 다른 누군가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아닌게 아니라 미용실 앞에 놀이터가 있었다.
럭키에게 필요한 건 평온한 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