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채널A
외식을 하기로 한 금쪽이네는 택시를 호출해 일부가 먼저 출발했고, 나머지 가족들은 아빠의 차에 탑승해 이동했다. 취향이 다른 아이들을 고려해 뷔페 식당을 찾았다. 식사 도중에 아빠는 큰 아이들이 어린 동생들을 돌봐주고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고, 큰 아이들은 희생을 강요하는 아빠의 발언에 불만을 제기했다. 특히 자매들은 여자들만 집안일을 시키는 부분에 대해 속상함을 드러냈다.
그에 대한 아빠의 대답은 딸들 손이 깨끗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는데 논리적이지 않은 황당한 말에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리고 이어진 건 아빠의 끝없는 잔소리였다. 아이들은 본전도 찾지 못한 채 입을 닫아야 했다. 오은영은 12남매 금쪽이네의 특징은 '말하는 사람이 아빠뿐'이라는 것이라 지적했다. 아빠의 소통 방식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정리하자면 아빠의 말은 ①지나치게 일방적이고, ②양이 너무 많고, ③답이 정해져 있었다. 아이들 입장에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느낄 것이 명확했다. 말투가 특별히 공격적이지는 않아도 목소리가 워낙 큰 편이라 두려움을 느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다보니 아빠의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이는 자녀도 있을 테고, 그 때문에 소통에 어려움이 생길 여지가 많아보였다.
가족 회의에서도 온통 아빠의 목소리만 들렸다. 아빠는 관찰 내내 평소와 달리 방에서 나오지 않았던 형제가 못마땅했고, 일방적으로 혼내기 시작했다. 여럿 앞에서 공개적으로 혼을 내는 상황을 보다보니 이 가족회의의 진짜 목적은 무엇일지 의문이 들었다. 오은영은 사춘기 아이들은 동생이 많은 게 부끄러울 수도 있다며 생각과 마음, 행동은 모두 다른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아빠에게는 아이들의 마음을 수긍(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했다. 오은영은 열두 가지의 다른 마음을 한 길로 재단하지 말기를 조언했다. 그와 별개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아빠의 육아법도 지적 대상이었다. 아이들은 아빠의 목소리에 기가 눌려 찍소리도 하지 못했고, 아빠는 아이들을 달래다가도 엄격한 군대식 육아로 전환했다. 그 급격한 변화에 아이들은 당황스러워 했다.
"아빠 말을 잘 듣는 건 아빠가 무서워서 그런 거예요. 집안의 모든 권위가 아빠에게 쏠려 있기 때문에." (오은영)
한편, 청소년기에 접어든 남자 아이들은 아빠 말은 들어도 엄마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엄마에겐 뭐든 따박따박 따지고 들었다. 아무래도 한국어가 서툴기 때문일까. 엄마는 딸들과는 대화를 많이 하지만, 아들과는 소통이 잘 안 된다고 털어놓았다. 오은영은 이를 권력 관계로 해석했다. 엄마를 무시한다기보다 엄마에게 힘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란 얘기였다.
아빠와 일대일 대화가 필요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