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네모네> 정이랑 배우
(주) 인디스토리
"배우 수식어 보다 연기자가 편해"
-<아네모네>로 첫 단독 주연을 맡았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첫', '단독', '배우'라는 말이 낯설고 부담스럽다. 너무 힘들어서 집에 가서 울기도 했다. 오죽하면 지진이라도 나서 촬영이 중단되길 바랐겠나. 배우보다는 연기자다. 제가 처음과 끝에 나오지만 모든 사람이 주인공 같다. 각자만의 세계관이 명확하고 모든 캐릭터가 이야기를 끌어간다. 단역, 카메오만 하다가 주연을 해보니 대작을 이끌어가는 배우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겠다. 많이 배웠고 존경스럽다. 예전에는 제 분량을 전체 작품에 잘 녹여낼 생각만 했는데 이번에는 의상, 헤어, 눈빛, 호흡 등을 디테일하게 신경써야 했다. 찍고 나서 홍보까지 깨알같이 해야 한다. 캐스팅해 주신 감독님과 제작진에게 누가 되지 않게 보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정하용 감독의 디렉팅이 디테일해 테이크도 많고 고난의 현장(?)이었다고 들었다.
"(한숨 쉬며) 다 힘들었지만 복권 샀는지 추궁하다가 남편이 '안 샀어! 못 샀어!'라는 말을 듣고 팔팔 뛰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감독님이 오랑우탄이 엇박자로 뛰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하셨는데 방바닥이 미끄러워 잘 안되더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양말에 구멍을 내고 원하는 장면을 만들었다."
-반대로 좀 쉬웠거나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남편을 쫓다가 놓치고 초연하게 내 몸을 트럭에 싣고 가는 장면이다. 그때는 유독 디렉팅이 없었다. 무념무상이었다.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에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영화를 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배우가 아무 생각 하지 않으면 관객 생각도 많아진다. (그 장면 찍을 때) 저도 숨 쉴 틈 없이 질주하다가, 잠시 쉬는 느낌이라 편안했다."
-전작 <귀신>의 카메오였던 용자의 스핀오프 같은 기시감을 지울 수 없다. 정하용 감독은 영화판 '사랑과 전쟁'을 찍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작 <귀신> 때 용자에 최선을 다했었는데, 감독님이 다음 작품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신경이 쓰였다. 저한테 시나리오가 왔을 때 내심 기대하며 읽었다. 시나리오를 봤는데, <색즉시공>을 봤을 때처럼 찡한 무언가가 올라오더라. 골 때리다가 웃기다가 마지막에 슬픈 감정이 울컥했다. 웃다 울다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누가 할지 어렵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했으면 좋겠어서 어필했다."
-하드캐리 용자를 위해 많은 논의를 했을 것 같다.
"감독님의 의도는 분풀이를 대신해 주는 것 같은, 사이다를 원했다. 저는 반대로 남편을 쥐락펴락하며 완급 조절을 해보고 싶었는데, 감독님은 다른 배우와 뭐가 다르냐며 한 번도 안 해본 연기를 하자고 했다. 성난 호랑이처럼 물어뜯듯이 달려들라며 조언했다. 그래서 세계관을 맞추기로 했다."
"멀티플레이어로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