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오리지널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의 한 장면.
웨이브
지난 1월 26일 공개된 웨이브 오리지널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아래 사상검증구역)는 출연진의 가치관을 분류하기 위해 사상 검증 테스트를 제작했다. 테스트는 개인을 '정치', '계급', '젠더', '개방성'의 4가지 영역으로 나눈 후, 그 안에서 '좌/우', '서민/부유', '페미니즘/이퀄리즘', '개방적/전통적'으로 세분화한다. 사상 논쟁을 벌이는 만큼 엄격한 기준이 필요할 터. 그러나 테스트의 유효성 입증에 제동이 걸렸다.
예고편 공개부터 '개인의 사상은 쉽게 범주화할 수 없다'는 따가운 의견이 있었다. 특히 정치, 경제, 가치관 등 분야를 막론하고 양극화가 심해진 현 시점에서 개인의 사상을 이분법적으로 분류하는 프로그램의 시도가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사상검증구역> 1화 방영과 출연진들이 참여한 사상 검증 테스트 또한 공개되었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히 남아있다.
총 87문항으로 구성된 테스트에선 일부 자극적인 문항이 눈길을 끈다. '미국의 흑인 차별은 어느 정도 정당한 근거가 있다', '여성의 명백한 동의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섹스는 성폭행일 가능성이 높다' 등 차별을 내포한 질문이 개인의 성향을 판단하는 기준선을 자처한 상황. 이에 차별적인 관점을 개인의 사상이란 명목하에 합리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테스트에 참여한 A씨는 "테스트 문항이 당황스러웠다. 만일 누군가 흑인 차별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사상으로 존중해야 할 것이 아니라 사회에 위험한 발상이 아니냐"고 답하며 "이미 답이 정해진 질문을 받는 거 같아서 테스트하면서 의아했다"고 밝혔다. 그는 테스트를 통해 도출된 자신의 사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문항은 복잡한 사회 현상을 단순히 일축하며 문장이 내포한 맥락을 유추하지 못하게 한다. 참여자 B씨는 "PC주의자들의 주장이 선을 넘는 경우가 많다는 문항에서 잠시 멈췄다. 테스트가 정의한 'PC주의자'나 '그들의 주장'이 무엇인지 모르겠더라"고 이야기하며 "상세한 맥락을 알고 깊이 고민해야 할 이야기들이 여기선 '동의 혹은 반대'인 흑백 논리가 된다"며 회의감을 드러냈다.
해당 테스트는 '실제 존재하는 여러 사회적 입장에 대한 응답자의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므로, 일부 차별적이거나 과격하다고 느껴지는 문항이 있다'는 안내 문구를 제시하였다. 그럼에도 차별적이거나 사실과 다른 문항을 사회적 입장의 일부로 일축 시켜도 되는가에 대해선 충분한 해명이 되지 못했다.
특히 프로그램은 출연진이 발언할 때마다 그의 사상을 키워드로 함께 보여준다. 이러한 연출이 개인의 생각을 단편적으로 일축하며 오히려 상대에 대한 이해를 저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시청자 C씨는 "출연진이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점점 그의 사상을 알아가는 게 아니라 거꾸로 사상이 적힌 키워드를 보고 그를 판단하게 된다"며 "출연진이 사람이 아니라 NPC(플레이어가 아닌 게임 속 캐릭터)처럼 느껴진다"고 고백했다.
페미니즘의 반대말은 이퀄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