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한편, 외출 준비도 쉽지 않았다. 온몸으로 거부하는 탓에 가슴줄을 채우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동물병원에 방문하니 세상 얌전해졌다. 엄마 보호자는 밖에서는 아무리 건드려도 입질이 없고, 다른 반려견들과도 간식을 나눠 먹을 정도로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서열을 확인 후 만만한 상대에게 입질을 하는, 안팎의 행동이 180도 다른 레오는 과연 아기와 동거가 가능할까.
"딱 저런 (성향의) 반려견은 키우는 방식이 따로 있어요." (강형욱)
강형욱은 견종의 성향에 따라 양육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고 전제하며, 현재 레오는 본래의 기질과 맞지 않는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레오를 철저히 무시하는 전략을 취했다. 레오는 시작부터 마운팅을 하며 서열 정리에 돌입했지만, 강형욱의 무관심한 태도에 어리둥절한 기색이 역력했다.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었으리라.
노력한다고 혈액형을 바꿀 수 있을까.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다. 강형욱은 레오의 문제 원인을 '유전'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보호자들은 문제의 원인을 과거의 어떤 사건에서 찾으려고 하지만, '신경질', '예민함', '소유욕'은 가르치려 해도 가르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형욱은 냉소적으로 대할 때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반려견에게 애정이 많은 반려인일수록 되레 마음에 상처를 더 많이 받아요. 함께 살아가는 반려견에게 상처받지 않으려면 지금 저처럼 행동해야 해요." (강형욱)
강형욱은 레오보다 서열을 높이려면 신경쓰지 않아야 한다며, 무시하는 말투와 태도로 레오를 대하기 시작했다. 분을 이기지 못한 레오는 몸부림을 치며 성질을 부렸다. 그럼에도 강형욱은 평정심을 유지하며 무심한 핸들링으로 압도했다. "혼내는 것도 낭비"라는 그의 말에서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 안타까워도 어쩔 수 없었다. 부드러운 말투로는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거운 분위기가 집 안을 가득 메웠다. 강형욱은 자신을 계속 쳐다보고 있는 레오를 블로킹을 통해 압박했다. 레오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아래 서열의 행동조차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강형욱은 레오가 무서워하더라도 보듬어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결핍으로 감정이 바닥을 칠 때까지 둘 필요가 있었다. 분노 외에는 다른 감정은 표현해 본 적이 없는 레오를 위한 극약처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