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추락의 해부> 스틸컷영화 <추락의 해부> 스틸컷
영화 <추락의 해부> 스틸컷
* 이 기사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독일인 작가 산드라(산드라 휠러)와 프랑스인 대학교수 사뮈엘(사뮈엘 테이스). 두 사람은 아들 다니엘(밀로 디차도 그리너), 강아지 스눕과 함께 프랑스 산간 지방의 외딴곳에 살고 있다. 어느 날 산드라를 인터뷰하러 문학 전공생이 찾아오는데 사뮈엘이 음악을 큰 소리로 틀어댄다. 결국 인터뷰는 중단되고 산드라와 사뮈엘은 갈등을 빚는다. 그리고 다니엘이 잠깐 산책을 나간 사이 사뮈엘이 죽은 채 발견된다. 사고인지, 자살인지 의심스러운 정황에서 산드라는 용의자로 기소된다.
<추락의 해부>는 결핍을 전면에 내세운다. 영화는 어두운 화면에 대화 소리만 들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윽고 화면이 밝아지면 조에와 인터뷰 하는 산드라의 모습이 보인다. 산드라는 위층에 남편 사뮈엘이 있다고 말하지만 남편의 얼굴이나 말소리 대신 점점 볼륨이 커지는 음악 소리만 그의 존재감을 확인시켜 준다. 아들은 4살 때 오토바이에 치여 시각장애를 얻었다. 사뮈엘의 죽음이라는 결정적인 사건조차 아들이 잠시 집을 떠나 강아지 스눕과 산책을 나간 사이에 발생한다.
핏자국의 위치와 각도, 남편의 흉터 등 법정에 제출된 증거와 전문가들의 분석 또한 스모킹 건은 아니다. 산드라가 쓴 소설이 그녀의 자전적 경험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점이 검사에 의해 밝혀지고, 이후 사뮈엘의 USB에서 사건 하루 전날 산드라와 싸움이 담긴 녹취파일이 등장하지만 부부 사이의 갈등이 있었다는 정황만 밝힐 뿐 결정적 증거로 사용되기에는 미흡하다. 결국 영화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끌어모아도 진실에는 도달할 수 없다. 이쯤 되면 통쾌하게 진실을 밝히는 법정 영화란 기대는 접는 게 낫다.
치밀한 거리두기로 제시하는 해부의 용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