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 스틸컷
미디어캐슬
오히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류지 작가의 각본을 받아들었을 때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을 떠올렸다고 한다. 이 세상이 아닌 별자리 여행을 하며 삶과 죽음을 통찰했던 해당 작품과 영화 속 두 소년이 묘하게 겹쳐 보였기 때문이라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자신들의 집에서 멀리 떨어진 숲속, 거기에 버려진 기차에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어낸 두 소년이 매우 슬프게 다가왔다"며 "일상에서 실현되지 못하는 일이 거기서만 벌어지는 건 곧 불행한 것인데 이게 사실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 아닌가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국에서 꾸준히 자신의 작품이 사랑받고 있는 데에도 감독은 새삼 감사함을 표했다. "스태프와 배우들이 지금까지의 제 작품 중에서 가장 잘해주었고, 사카모토 류지의 각본 덕이기도 하다"며 그는 "이와이 슌지 감독님이나 이누도 잇신 감독님 등 훌륭한 분들 작품이 오래 전부터 한국에 소개돼 왔다. 앞선 감독님의 존재가 참 크다"고 겸손의 말을 했다.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각
어떤 면에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가족 이야기의 변주자로 알려지기도 했다. 비교적 근작인 <어느 가족>을 비롯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걸어도 걸어도> 등 상당수의 작품에서 그는 편부모 가정 혹은 대안 가족을 묘사하며 감동을 전해왔다. 정작 감독 본인은 어떤 사명감이나 의무감이 있는 건 아니라고 한다.
"<어느 가족>을 예로 들면, 영화 속 형태의 가족은 가족이라 부를 수 없는가 그걸 묻는 방식으로 연출하긴 했다. 정해진 것처럼 부모와 자식 관계를 강요하곤 하는데 그걸 흔들고 의문을 던지며 또 다른 선택지가 있지 않을까 제안하는 역할을 했으면 싶었다. 한국도 비슷할 것 같은데 일본이 특히 심한 게 어떤 평균에 대한 강박이다. 모두가 비슷해야 하고, 보통이라는 수준에 이르러야 괜찮은 삶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다름을 배척하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로 고통받는 소수자들이 굉장히 많다. 한국이 좀 다른 건 새롭게 바뀌어 가는 걸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사회는 변하지 않는 걸 중시하거든. 그래서 돌파구가 없어 보이고 길이 좁아 보인다. 제가 영화로 본격적으로 균열을 내겠다는 건 아니지만 계속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포착하고 싶다."
그래서 <괴물>의 마지막 장면도 여러 차례 수정됐다고 한다. 두 소년을 무사히 세상에 안착시키기 위해 편집 과정에서도 마지막 15분 분량을 계속 수정했다고 감독은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브로커> 이후 한국과의 협업도 계속 열어두고 있었다. 해당 작품에서 송강호와 아이유를 발탁한 그는 "구체적으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진 않지만, 한국 배우들과 또 함께 촬영하고 싶은 계획도 있다"며 "실명을 거론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김다미, 한예리 배우를 봤는데 굉장히 매력적이고 그밖에도 굉장히 좋은 배우들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로커>를 완성하기 위해 한국에 꽤 오래 머물렀다. 촬영 환경이 일본보다 더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비교적 젊은 스태프들이 씩씩하게 일할 수 있었고, 노동시간이나 각종 부조리 관리도 잘되고 있더라. 이런 점은 일본이 좀 뒤처지고 있다. 그걸 잘 반영해보려고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 같은 기관을 일본에 만들어 보려 지난 3년간 노력했는데 아직은 성과가 안 나오고 있긴 하다.
그 필요성을 계속 얘기 중이다. 많은 분들이 이후 일본 영화가 맞이할 위기를 공유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원인 같다. 저는 반복해서 영화 기관의 필요성을 얘기 중이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할 생각이다. 특히 촬영 현장에서 일어나는 폭력 문제가 구체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개혁 속도가 상당히 느리지만,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배워나가면서 지금의 활동을 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