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황야>에서 남산 역을 맡은 배우 마동석.
넷플릭스
대지진 이후 멸망 위기에 모인 인류, 이를 대상으로 영생을 실험하는 미치광이 과학자와 그에 맞서는 소수의 무리 이야기. 넷플릭스에서 지난 1월 26일 공개한 영화 <황야>는 간단하게 요약해 볼 수 있다. 일종의 사이파이 액션(sci-fi action) 장르로 분류할 수 있는 이 작품에서 눈에 가장 띄는 건 역시나 배우 마동석이다.
그가 맡은 남산이라는 캐릭터는 일반인을 압도하는 전투력의 소유자다. 이를 무기로 과학자 및 그의 휘하에 움직이는 군인들과 대적하는 과정이 일종의 게임 같다. 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마동석 또한 "게임 같은 액션을 만들어보자는 게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운동 선수 출신 배우들에게 동지애 느껴"
<황야>는 약 8년 전 마동석이 직접 만든 A4 기준 8장 분량의 트리트먼트를 발전시킨 결과물이다. 대지진과 멸망 위기에 놓인 인류라는 설정이 고스란히 이어졌고, 배우 마동석의 스턴트 대역으로 오래 인연을 이어온 허명행 무술감독이 이 작품으로 연출 신고식을 치르게 됐다.
"트리트먼트를 기준으로 작가들과 발전시키며 의견을 주고받았다. 처음엔 각 캐릭터들 사연이 들어가다 보니 4시간 분량이 나오더라. 게임 같은 영화에 집중하고 싶어서 영화가 좀 불친절해진다 싶어도 버릴 건 버리자고 했다. 기획할 때 두 가지 방향이었다. <범죄도시> 등에서 제가 보인 모습 말고 새로운 액션을 할까 했는데 제작진에서 저의 이미지 그대로 가지고 오는 게 좋다고 해서 그렇게 하게 됐다."
그의 말대로 마동석하면 연상되는 복싱 액션, 투박해 보이지만 통쾌한 액션 연기가 있다. <부산행> 등이 흥행하면서 '마동석이 하나의 장르'라는 말이 생길 정도였다. "제가 만들어 낸 말은 아니라 쑥스럽다"라며 멋쩍어하면서도 그는 "영화 <록키>(1977)를 보고 복싱 선수를 꿈꿨고 인생이 바뀐 사람이라 액션에 진심이기에 그런 얘기 또한 나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드웨인 존슨이나 성룡을 보면 어떤 영화에서든 자기만의 캐릭터로 나오잖나. 차별화를 꾀하려면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기보단 색다른 액션 요소를 넣는 식이었다. 제가 제작자면서 배우기도 하니까 고민할 때가 있는데 해당 캐릭터가 되는 식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있는 반면, 그 캐릭터를 자기화하는 배우가 있다. 저는 후자에 해당한다. 그래서 그런 평이 감사하다. <록키>처럼 휴머니즘이 가득한 액션도 좋아하지만 요즘엔 게임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실제로 게임 회사와 현재 게임을 개발 중이기도 하다."
<황야>에서 대중에게 익숙한 마동석의 이미지가 그대로 등장하는 게 이해되는 대목이다. 통쾌한 액션을 위해 마동석이 설계한 것도 있지만, 태권도 선수 출신인 허명행 감독의 몫 또한 컸다. 여기에 더해 기계체조 선수 출신인 배우 안지혜 등 출연 배우들도 액션에 나름 진심이었다고 한다.
"오디션 때 안지혜 배우가 선수 출신이란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작품으로 한국에 액션 잘하는 또다른 배우가 있다고 알리고 싶었다. 본인도 결과물에 기뻐하더라. 운동을 순간 배워서 연기하는 것과 어릴 때부터 운동한 배우가 하는 건 다르다. 전자는 나름 한계가 있지. 일단 운동 좀 하던 배우라는 말을 들으면 정이 가는 것 같다. 아는 배우 중에선 안보현이라는 친구도 있고, 안지혜 배우도 그렇고 나름 동지애 같은 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