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 미국 에미상 시상식 현장. 이성진 감독(좌)과 배우 스티븐 연
Television Academy
시작은 감독이 직접 겪은 난폭운전 때문이었다. 미국 사회 내 이민자들이 난폭운전에 얽히며 극적인 사건으로 치닫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성난 사람들>이 그렇게 탄생했고, 해당 드라마는 골든글로브 3관왕, 에미상 8관왕을 휩쓸며 호평받고 있다.
해당 드라마의 주역 이성진 감독과 배우 스티븐 연을 2일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었다. 미국계 한국인이 주인공인 이야기로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는 데에 두 사람 모두 큰 기쁨과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야기의 중심은 시설 설비 도급업자 대니(스티븐 연)와 자수성가한 사업가 에이미(앨리 웡)이다. 일진이 안 좋았던 에이미의 난폭운전에 대니가 보복하면서 일이 커지고, 결국 큰 사건들에 두 사람과 주변인물이 이리저리 엮이게 된다. 드라마 작가로도 활동해 온 미국계 한인 이성진 감독은 "우리 모두에게 있는 어두운 부분을 꺼내서 서로 이해해보자고 말하고 싶었다"며 운을 뗐다.
"제가 겪은 난폭운전이 시작이긴 했지만, 작가진과 스티븐 연 등이 이야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민자로 살면서 겪은 일들이 한 데 뒤섞여서 지금의 이야기로 재탄생한 셈이다. 이런 과정이 창작하는 데 큰 즐거움이다. 아마 제게 난폭운전을 한 사람은 그날 아주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그가 없었다면 이 작품도 그리고 이런 인터뷰 시간도 없었을 것이다. 인생이 그래서 참 희한한 것 같다(웃음)." (이성진 감독)
마찬가지로 <성난 사람들>을 통해 골든글로브, 에미상, 크리틱초이스 등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스티븐 연은 대니를 연기하며 힘들었던 경험을 전했다.
"대니만큼은 그 안에 녹아들어야 했다"
그는 대니를 "우리 모두가 지닌 수치심을 집약한 캐릭터고 몹시 무력한 인물"이라 설명하며 "캐릭터를 연기할 때 보통은 통제력을 가지고 어떤 모습을 보일지 선택할 수 있는데 대니만큼은 아예 그 안에 녹아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자제력을 잃고 폭주하는 대니를 연기하면서 배우인 나도 내 모습을 내려놓아야 하나 생각했다. 그 선을 찾는 게 힘들었다. 미국 이민자의 현실은 제가 직접 겪어서 잘 알고, 앨리 웡과도 많은 이야길 했었다. 따지고 보면 다들 비슷한 모습이더라. 거기에 인간성과 진실성을 부여한 게 <성난 사람들> 아닐까 싶다.
이만한 성취에 솔직히 큰 감사함이 있는데 한편으론 내가 무슨 일을 지금 하고 있는지 모를 때도 많다. 연기자 생활을 하며 마땅히 내게 주어져야 할 게 없을 때 분노하기도 했지만 돌아보면 그때 왜 그렇게 화를 냈나 싶기도 하다." (스티븐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