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초,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We'를 결성하여 음악활동을 시작한 권인하는 <슬픈 추억>, <오래전에>, <계절이 음악처럼흐를때>, <비오는날수채화>등의 히트곡을 가지고 있는 60대를 대표하는 록 보컬리스트이다. 이광조의 <사랑을 잃어버린 나>를 작사, 작곡한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한 그는 2020년대에 들어서 '천둥호랑이'란 닉네임으로 대중들에게 확고하게 각인되어 있다.
아주 오래 전, 후배가수 문관철이 운영하고 있던 방배동의 '시나브로'란 록카페에서 음악 선후배들이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던 중, 그가 얼큰하게 한잔 걸친 상태로 무대에 올라 노래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고집 있게 밀어대는 그의 힘이 가득한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내 마음대로 그를 파악해 보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소리로만 살아왔던 나에게는 남달리 발달된 감지능력이 있다. 덕분에 그의 성질 불같음, 힘 좋음, 마음 약함, 남자다움 등이 내 술잔 앞에서 파헤쳐졌고, 싱싱하게 살아 꿈틀거리는 그의 목소리에 난 조금씩 흥분하고 있었다. 노래를 끝마친 그에게 나는 "인하야 내가 너 같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면 이 세상을 뒤집어 놓을 노래를 만들 자신이 있다"라고 말하며 정식 가수로 노래할 것을 권유했다.
노래를 좋아하던 청년에서 가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