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문학을 좋아한다. 복잡한 세상사에 지치고 난해한 논리싸움에 질리면 누군가의 경구처럼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영원한건 오직 저 푸르른 생명의 나무라네"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곤 한다. 쓸데없는 탁상공론이라며 이론서를 외면한 채 논픽션 르포 문학 속 생생한 삶의 단면을 예찬하는 패턴을 주기적으로 반복해 왔다.
그렇게 르포 문학의 효용을 남용해 왔지만 실제로 배우는 게 많다. 체험을 중시하는 편이지만 한계가 있기에 간접 경험치를 쌓는데 이만한 게 없다. 논리와 지식을 외부에 두르고 있지만 편파적인 입장을 내세우는데 결국 동원되는 걸로 그치는 형식적인 이론에 지칠 때 최대한 근접해 기록한 르포 문학의 매력은 극대화되게 마련이다.
<두 세계 사이에서>를 접하니 괜히 반가웠다. 읽은 기억은 가물가물했지만 서가 한 구석에 원작 <위스트르앙 부두 - 우리 시대'투명인간'에 대한 180일간의 르포르타주>가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구입한 게 2010년이니 벌써 14년 전 일이다. 이게 영화로 나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나오긴 했구나 싶었다. 감독이 누구일까 확인해본다. 엠마누엘 까레르? 몇 권 읽어본 프랑스 소설가와 이름이 비슷하다 싶었다. 찾아보니 동명이인이 아니라 본인이었다.
이 사람이 글만 쓰는 게 아니었구나 하며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더 들여다보니 예전에 다큐멘터리 작업을 한 게 있었지만 극영화는 처음인 듯하다. 원작이 꽤나 매력적이긴 했지만 자기가 쓴 글도 아닌데 왜 굳이 유명작가가 직접 영화화에 나섰을까 궁금해졌다. 게다가 르포 문학이다 보니 주인공 인물 중심의 극적 전개로 각색하기엔 난이도가 제법 있다. 어떻게 이 부분을 풀어낼까 호기심 가득 영화를 확인해 보았다.
180일간의 위장취업 동안 주인공이 경험할 희로애락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