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영진위 국내 및 국제영화제 지원사업 방향
성하훈
무엇보다 국제영화제는 다양한 나라의 작품을 소개하는 게 일반적인 특징이다. 그런데도 한국영화 편수가 기준이 되면서 해외영화보다는 한국영화 상영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국제영화제의 특성을 무시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진위 측은 "사업 설계에 다소 오류가 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부천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해외영화보다는 한국영화 편수를 늘릴 수밖에 없는데, 영진위가 한국 독립영화 기획개발과 제작지원 등을 다 줄이면서 독립영화 제작 환경이 열악해졌다"며 "이런 환경에서 한국영화를 기준으로 한 것은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부산영화제의 한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램의 질적 하락이 우려되는데, 정작 영진위 직원은 그 이유를 되묻더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영화제 위상에 맞는 작품을 상영하기 위해서는 완성도 등이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영화 상영작을 늘리는 것에만 집중할 경우 독립영화 제작 편수가 줄어드는 상태에서 이전에는 선정이 쉽지 않았던 작품들이 선정될 수밖에 없다. 이는 프로그램의 질적 수준이 떨어질 수 있는 환경으로 귀결되는데, 영진위 실무자들은 이런 기본적인 이해조차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지역에서 개최되는 독립영화제들은 한국영화 10편 기준은 넘어서고 있으나 지원 대상이 10개 내외로 좁혀지면서 사실상 대부분이 배제될 상황이라는 것도 큰 문제다. 최근 수년간 가장 성과가 좋았던 지역 영화예산 전액 삭감에 이어 지역독립영화제를 말살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진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10개 내외 지원은 문체부의 지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전체 영화제 지원예산은 25억 1900만 원으로 편성됐으나 실질적인 지원액은 24억 정도로 1억 넘게 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영진위 측은 "나머지 비용은 영화제 사후 평가 작업에 사용된다"며 "평가용역에 1억 1000만 원, 심사경비에 900만 원이 편성됐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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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원사업들도 마찬가지다. 독립영화 제작지원은 자기부담금 10%가 신설됐다. 50%를 신인으로 한정했고, 신청자격도 개인은 불가능하고 사업자만 가능하도록 했다. 지난해 촬영이 시작됐거나 30% 이상 촬영이 진행된 작품은 신정이 불가능해 사실상 사전제작 지원 기능이 사라진 셈이다. 개봉지원도 상하반기 2회 공모에서 상반기 1회 공모로 줄어들며 더욱 좁은 문이 됐다.
장편 시나리오 공모전에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영화시나리오작가협회의 한 관계자는 "영진위 시나리오 공모전 계획을 보니 대상 상금이 1700만 원이다. 나머지 19편은 모두 입상으로 일괄 450만 원을 상금으로 주는데, 지난해까지 대상은 5000만 원, 최우수상 3000만 원, 장려상을 받아도 700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1990년대 중반 즈음에 1등 상금이 1500만 원 정도였고, 2000년부터는 2000만 원으로 올랐는데, 30년 전으로 후퇴한 상태가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