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 스틸컷
넷플릭스
<부산행> <반도> <염력> 그리고 <정이>. 연상호 감독의 장편 영화를 보다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가족애와 신파의 존재다. <부산행>만 해도 호불호가 나뉘는 수준이었지만, <염력>과 <반도>를 기점으로는 신파가 극의 개연성과 몰입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더해 좀비, 히어로, 디스토피아, SF 등 각 장르의 고유한 재미를 방해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반면에 영화가 아닌 작품이면 위의 비판을 피해 가는 경우가 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이 대표적이다. 이 드라마에서 연상호 감독은 신파에 기대지 않았다. 신의 심판이라는 초자연적 소재를 내세워 인간의 욕망과 종교의 이면이라는 철학적 주제에 집중하며 호평받았다.
연상호 감독이 제작과 각본을 맡은 <선산>은 반복되는 비판에서 벗어나려 한다. 가족애와 신파는 포기하지 않았지만, 오컬트라는 새로운 성공 공식을 앞세웠다. 또 장르물에 신파를 더하는 대신, 반대 방향으로 접근했다. 그 결과 신파에 기반한 가족 드라마에 오컬트와 스릴러적 요소를 곁들여졌다. 그러나 <선산>의 변화는 제자리걸음이다. 이번에도 장르적 쾌감을 살리지 못한 나머지, 일보 전진이 일보 후퇴에 가려지고 말았다.
현대 사회 속 선산과 가족
제목만 봐도 <선산>은 가족 드라마다. 선산은 조상의 무덤이 있는 산이라는 뜻이다. 자연히 일련의 전개를 예상할 수 있다. 주인공이 선산을 물려받고, 그에 반발하는 가족과 외부인이 나타나며, 그 사이에서 숨겨진 가족사가 모습을 드러낼 테니까. 선산 때문에 추진 못하는 부동산 개발 사업이 껴 있으면 금상첨화다.
<선산>도 마찬가지다. 위의 전개가 모두 들어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선산'이라는 어휘의 특성을 살려 약간의 변주를 주는 데 성공했다. 선산은 사실 나날이 낯설어지는 단어다. 가족 형태의 변화 때문이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핵가족에서 1인 가족으로 가족의 범위가 좁아질수록 혈연의 중요성은 낮아진다. 그 과정에서 장례 방식도 바뀌고, 선산에 매장할 일이 줄어들면 단어 자체를 입 밖으로 꺼낼 일도 없어진다.
주인공 윤서하는 이 세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녀에게 가족은 큰 의미가 없다. 남편 재석은 외도 중이고, 아버지 윤명호는 딸이 어릴 때 집을 나갔다. 작은아버지 윤명길의 존재는 알지도 못했다. 그러다 보니 서하는 작은 아버지의 사망 소식에도 놀라지 않는다. 선산을 상속받는다는 소식을 들어도 선산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저 누구에게 얼마에 팔아야 할지 궁리할 뿐이다.
진짜 가족을 찾는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