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3> 탈락자들이 마지막회에서 임재범 심사위원과 함께 특별무대를 보여주고 있다.
<싱어게인3> 탈락자들이 마지막회에서 임재범 심사위원과 함께 특별무대를 보여주고 있다.JTBC
 
JTBC 예능 프로그램 <싱어게인3-무명가수전>(아래 <싱어게인3>)이 긴 여정을 끝마쳤다. 홍이삭이 우승을, 소수빈이 준우승을, 이젤(EJel)이 3위를 차지했다. 이변은 없었다. 시청률 7.3%(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라는 꽤 높은 수치로 끝을 맺었지만, 어쩐지 뒷맛이 씁쓸하다. '다시 부른다'는 뜻의 <싱어게인>. 실력은 있지만 기회가 없어 주목받지 못한 가수들을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으로, 착한 오디션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승승장구하던 <싱어게인>이었는데 시즌을 거듭할수록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왜 그럴까.

<싱어게인3>는 방송 초반부터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파이널에만 반영되는 시스템이었지만, 팬들은 앞다퉈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를 위해 투표를 했다. 결과에 반영되는 정도가 작다 해도 과정이 공정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여기서 공정 문제가 대두되는 건, 이번 참가자 중에 이미 팬덤을 갖고 있는 가수가 여럿 포함됐기 때문이다. 수백 명이든 수천 명이든, 이미 팬덤이 형성된 가수라면 이런 투표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방송 중간에 팬덤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경우는 긍정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미 팬덤이 있는 경우는 참가 자격을 주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 팬덤이 있다 해도 대중적인 인지도가 떨어져 가수 본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입지가 명확하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슈가맨' 조도 있는 상황에서 이런 가수들의 출연을 무조건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심사 과정을 거쳐야 공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지만,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심사위원 평가 동률 상황, 그때마다 나온 잡음들

<싱어게인>은 시즌1부터 8명의 심사위원을 고집하고 있다. 주니어와 시니어 심사위원으로 나뉘어 무대를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점수제가 아닌 이상 1대 1 대결 구도에서 짝수제는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운이 좋아 피해 갔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고스란히 그 문제점을 드러냈다. 유독 4대 4 동률이 자주 발생해 추가 논의 과정을 거쳐야 했고 그때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최고의 무대를 하고도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

특히 시청률을 의식해 초반부터 심한 경쟁 구도로 몰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1대 1 대결이 주를 이루는 오디션에서 이런 구도가 반복되면,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다 보는 입장에서도 피로도가 쌓인다. 무대를 잘하고도 떨어지거나, 좋은 무대를 보여주지 못했는데도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 참가자가 직접 한 선택이라 할지라도 시청자 입장에서는 결과에 납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방송시간 관계상 심사위원들의 논의 과정을 모두 투명하게 담아낼 수 없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편집된 화면만으로 결과를 이해해야 하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납득이 쉬이 가지 않는다.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차라리 심사위원의 수를 늘리던가, 시청자나 방청객의 의견을 반영한다면 좋겠지만, <싱어게인>은 시즌3이 될 때까지 해결책을 찾지 않았다. 그중 몇몇은 추가 합격으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마음이 상한 팬들과 가수를 위로할 수는 없어 보인다.

개인적인 취향 드러내는 심사위원들, 공정한가요?
 
 가수 홍이삭이 <싱어게인3> 우승자로 선정돼, 동료 가수들이 축하를 건네고 있다.
가수 홍이삭이 <싱어게인3> 우승자로 선정돼, 동료 가수들이 축하를 건네고 있다.JTBC
 
방청객이 있었던 라운드에서도 이런 상황은 계속된다. 방청객은 그저 감상만 할 뿐, 경연 결과에 의견을 내지 못한다. 초반부터 시행한 온라인 투표 역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게다가 탈락자가 발생하면 온라인 투표 순위에서도 바로 제외시켜, 그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위해 열심히 투표해 온 이들을 허탈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매몰차게 바로 순위에서 제외할 필요까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제도에 허점이 있다면 심사라도 공정해야 하는데, 심사위원들이 과연 명확한 기준에 따라 공정한 심사를 했을까. 심사를 하기보다 대놓고 '팬심'을 드러내는 경우가 적잖았다. 그런 가수는 대부분 다음 라운드에 무리 없이 진출했다. 패자부활전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합격자를 발표하면서 선정한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무대가 얼마나 훌륭했는지보다 심사위원들이 개인 선호도로 정한 것 같다는 오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달아 벌어진 것이다.

탑7까지 진출하는데 오로지 심사위원의 뜻만 반영되는 프로그램에서, 이런 개인적인 취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 든다. 심사위원도 각자의 취향과 선호가 있겠지만, 적어도 방송에서는 그런 모습을 최대한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제작진과 심사위원의 시선이 따로 가는 경우도 적잖았다. 편집을 보면 제작진이 주목한 사람들을 알 수 있는데, 심사위원은 함께 주목하지 않아 안타깝게 조기 탈락하는 경우도 있었다. 탈락자들이 꾸민 마지막 특별무대의 경우도 몇몇 얼굴이 보이지 않아 의아했다. 끝까지 섬세할 수는 없었는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초심 잃은듯한 '싱어게인3', 가수들 외면하지 말았으면

제작진과 심사위원이 '무명가수전'이라는 프로그램의 취지를 깊이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심사과정을 보여줘야 하는데, 시즌이 거듭될수록 초심을 잃어 타 오디션과의 차별점이 보이지 않는다. 시즌3을 종영한 이 시점에 그동안 이 오디션이 왜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는지 돌아봐야만 한다. 

이 프로그램을 거쳐온 가수들이 종영 후 유명가수의 길을 걷고 있는지도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점점 불어나는 상금을 대부분 1등에게만 몰아주는 승자 독식제가 과연 옳은지도 점검해봤으면 한다. 음악으로 밥벌이를 할 수 없어 참가한 수많은 가수들을 외면하고 있는 게 정작 <싱어게인> 스스로는 아닐까.

애초에 시청자들이 <싱어게인>에 열광한 건, 실수나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다시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도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 애정을 가졌을 것이다. 

꿈을 갖기 어려운 시대에 그럼에도 꿈을 갖고 정진하는 이들을 만나는 감동과 반가움이 있었다. 시즌3까지 오면서 이 점을 잊은 건 아닌지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이 프로그램은 왜 기획되었나.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싱어게인>이 세우고 지켜야 할 철학은 무엇인가. 근원의 질문에 답이 있다. 
싱어게인3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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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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