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고려거란전쟁> 관련 이미지.
KBS2
지난 주말 방영된 제17회 및 제18회는 제2차 고려거란전쟁(여요전쟁) 직후의 혼란 속에서 현종(김동준 분)이 전 공주절도사 김은부(조승연 분)의 건의에 따라 호족 견제정책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현종은 호족을 견제할 목적으로 그들의 특권을 제약하고 지방관 증파를 추진하고자 한다. 이에 대신들은 불만을 품거나 반발한다. 하위직 신하들까지도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해 조정을 '셧다운'시킨다.
특히 관심을 끈 것은 강감찬(최수종 분)의 반응이다. 그동안 현종에게 쓴소리 직언을 하면서도 큰줄기에서는 보조를 맞춰줬던 강감찬이 이 사안에서 만큼은 현종과 대립한다. 강감찬은 호족 개혁이라는 대의에는 찬동하면서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반대한다. 어전회의 상황을 보여주는 제18회 첫 장면은 분노한 현종이 강감찬에게 "한림학사 승지, 경을 파직하오"라고 선언하는 모습을 그렸다.
이 갈등은 강감찬이 김은부의 비행을 폭로하고 이에 격분한 현종이 강감찬을 찾아가 멱살을 쥐려다가 손을 내려놓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진다. 현종은 당장 개경을 떠나라며 절교를 선언한다. 그런 뒤 분노한 상태로 말에 올라 개경 시내를 마구 질주한다. 놀라 피하는 백성들 사이를 달리던 그는 교차로에서 짐수레와 충돌해 낙마한다. 이것이 제18회 끝장면이다.
지방제도 개편을 놓고 벌어진 이 정도 수준의 갈등이 자신의 소설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원작자의 입장이다. 원작자는 제18회 끝장면이 현종을 암군이나 폭군으로 묘사하는 것 같아 실망스러웠다는 시청자 댓글에 "한국 역사상 가장 명군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있어요"라고 개탄했다. 이 같은 원작자의 반응이 이번 논란의 출발점이 됐다.
이 드라마 속의 지방제도 개편이 시행된 때는 음력으로 현종 3년 1월이다. 양력 1012년 1월 26일에서 2월 24일 사이의 일이다. <고려사절요>는 이때 "12주 절도사를 폐지하고 5도호와 75도 안무사를 설치했다"고 알려준다. 제2차 고려거란전쟁 직후에 이런 방식의 지방제도 개편이 있었던 것이다.
만약 이 개편으로 국가적 분열이 일어났고 평정심을 상실한 현종이 낙마하는 정도의 상황까지 조성됐다면, <고려사>나 <고려사절요>에 짤막하게라도 그것이 언급됐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런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어느 정도의 반발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기록만 놓고 본다면 드라마에서 묘사된 대혼란은 실제로는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또 호족 가문 출신인 강감찬이 현종과 극단적 갈등을 빚었다면, 이런 사실이 <고려사> 강감찬 열전에 언급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강감찬열전에 나타나는 것은 제2차 고려거란전쟁 이후로 강감찬의 조정 내 입지가 꾸준히 좋아졌다는 내용뿐이다. 드라마 장면이 지나치게 과장된 것은 사실이다.
'고려거란전쟁' 속 또 다른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