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좌석이 마련된 영화관에서 20대 관람객이 오직 나 한 명뿐이라면?
누군가는 어린이 관람객이 강세인 애니메이션을 보러 갔나 싶겠지만, 광고가 끝나고 상영될 영화는 <길 위에 김대중>이다. 좌석 수로 약간의 가정을 했지만, 나는 곧16명의 관람객 중 청년 대표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졸지 말고 끝까지 보자는 마음으로 허리를 폈다.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솔직히 내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익숙하지만 먼 인물이다. 지금까지 내가 기억하는 김대중은 교과서에서 배운 문장 몇 줄의 연결에 불과했다. 최초로 남북정상회담을 열었고 북한에 햇볕정책을 편 대통령, 그의 행보가 세계 평화의 상징이 되어 대한민국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인물이라는 게 대답할 수 있는 지식의 전부다. 몇 개의 타이틀을 기억한다는 정도로 안도해도 괜찮을 만큼 일상에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할 일은 거의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러 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단편적인 근현대사를 인물의 생애를 중심으로 엮어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컸다. 분명 배움이 목적인 관람이었는데 러닝 타임에 가까워질수록 등받이에서 몸이 점점 멀어지더니 어떤 한 장면에서 깊이 감응했다. 위로받고 싶어서 이 영화를 본 것은 아니었는데 왜 눈물이 났을까.
새롭게 만난 김대중 전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