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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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요." 유지혁(나인우 분)이 말한다. 그리고 "저는 좋은 사람입니다"라고 덧붙인다. 강지원(박민영 분)도 그가 좋은 사람인 걸 안다. 심지어 밀키트 프로젝트로 위기에 빠진 지원에게 손을 내민다. 하지만 지원은 그의 손을 잡을 수 없다.
tvN 월화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도발적인 제목처럼 가장 친한 친구에게 남편을 빼앗기고, 남편과 친구로 인해 목숨을 잃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하지만 드라마는 인생 2회차를 맞이한 강지원이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 두 사람에게 복수하는 평범한 전개를 넘어, '여성의 자아찾기'라는 보다 본질적인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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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코미디 장르답게 주인공의 곁엔 '백마 탄 왕자님'과 같은 유지혁이 있다. 심지어 그는 오래 전부터 강지원을 흠모해왔다. 그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유지혁 역시 과거로 돌아온 인물이다. 그래서 유지혁은 더는 10년 전처럼 그를 잃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그리고 이를 현실로 만들어내는 데 거침이 없다. 고백도 마찬가지다.
10년 전으로 돌아온 강지원은 유지혁에게 "웃는 걸 처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유지혁은 자신의 마음이 드러날까 전전긍긍 하며 표정을 숨기고 미소 한번 제대로 지었던 적이 없다. 그러던 그가 달라졌다. 지원의 말 한 마디에 헤어스타일이 바뀌고, 서슴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하지만 지원은 그를 받아들일 수 없다. 그의 마음을 몰라서도, 그가 좋은 사람인 걸 몰라서도 아니다. 지난 생에, 누군가를 좋아해서 그 관계로 인해 죽음에 이르렀던 그 삶을 다시는 되풀이 하고 싶지 않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이 결심은 그가 유지혁의 손을 잡을 수 없도록 만든다. 게다가 강지원은 아직 공식적으로는 박민환(이이경 분)과 연인 사이다. 그 말은 친구인 척 그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정수민(송하윤 분)과 박민환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아직 그에게 남아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생 2회차이지만 회사 생활은 녹록지 않다. 10년 전 강지원이 위암을 얻게 된 계기였던 직장 내 괴롭힘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강지원의 밀키트 기획안은 왕흥인 상무(정재성 분)를 등에 업은 김경욱 과장(김중희 분)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심지어 강지원의 말 한마디를 꼬투리 잡아 기획안에서 강지원을 완전 배제하려 한다. 그리고 친구 정수민은 거기에 이미 숟가락을 얹은 상태다.
이 상황을 알게 된 유지혁은 도와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의지했던 삶이 자신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뼈저리게 깨닫은 지원은 다짐한다. 이 위기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하지만 상무까지 나선 기획안을 어떻게 뒤집을 수 있단 말인가.
그 때 유지혁이 그녀를 데리고 어디론가 간다. 유도 도장이다. 도복을 갈아입은 지원은 지혁의 대학 후배와 함께 대련을 하고, 그 과정에서 지혁은 유도라는 운동을 통해 지원에게 상황을 풀 열쇠를 제시하고자 한다.
'일단 매트 위에 올라서서 상대를 마주 보는 것.'
이렇게 지혁의 유도수업이 시작된다. 자신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큰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힘 조절이 필요하다는 그의 가르침 덕분일까. 지원은 있는 힘껏 기압을 내지르며 상대방을 뒤집는다. 지혁마저도 매트 위에 눕혀버린다.
스스로 해냈기에 더 통쾌한 성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