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 김대중" 스틸영화 스틸 이미지
명필름, 시네마6411
2030 세대에게 김대중이란 인물을 키워드로 요약한다면 아마 '한국인 역사상 최초 노벨 평화상 수상자', '햇볕 정책' 정도일 것이다. 그가 민주화 투쟁의 전선에 있었다는 사실은 낯설다. 역사 교과서는 민주화 운동에 대해 가르치길 꺼린다. 역사적 사실은 명백하나, 이를 둘러싼 정치적 오명은 유효하기 때문일까. 국정 교과서가 발행될 때마다 민주화 운동의 가치를 깎아내렸다는 논쟁은 제기되고 있고 민주화 운동을 설명하면서 '빨갱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이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길 위에 김대중>은 김대중의 생애를 다뤘지만, 동시에 근현대사 압축 본이다. 1924년에 태어나 2009년에 서거한 그의 삶은 한국 현대사의 변곡점을 관통한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군부독재, 민주화 운동을 직접 살아낸 인물이기에 <길 위에 김대중>은 개인적 삶을 다루는 인물 다큐멘터리 그 이상의 것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1987년 광주를 방문하는 김대중의 카퍼레이드 장면으로 마무리되는 만큼 영화는 민주주의에 중점을 둔다.
영화를 보면서 처음 '빨갱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가 생각났다. 처음에는 홍조가 있는 사람을 뜻하는 줄 알고 "세상에 빨갱이가 너무 많다!"는 어른들의 말에 수긍했다. 시간이 흘러 정치적 프레임의 변천을 배우게 되었고 현대사의 복잡성을 이해했지만, 실제로 살아보지 않았기에 체감할 수는 없었다. 이러한 의구심에 <길 위에 김대중>은 답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실제 인물들의 증언과 기록 미디어를 통해 관객에게 역사를 추론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김대중은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네 번의 국회의원 선거와 세 번의 대선 낙선을 거쳤다. 납치, 살해 위협, 투옥, 사형 선고 등 요즘 정치권에선 볼 수 없는 일이 일상적으로 휘몰아치는 그의 삶은 개인적인 어려움과 동시에 요동치는 현대사를 보여준다.
그 시절에는 군인이 국민을 지키지 않았고 '빨갱이'란 이유로 시위자들을 곤봉으로 때렸다. 부정 투표와 헌법 개정은 권력자의 필요에 따라 실행되었고, 마치 신탁통치의 연장선처럼 미국 같은 거대한 국가에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호소해야 했다. 특히 언론만 막으면 국민에게 알 권리를 완벽하게 박탈할 수 있었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이제는 SNS나 유튜브를 통해 일반인도 정치적 주장을 펼치고 사건을 보도하는 세상이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알았던 김대중에게 5·18 민주화운동을 빼놓을 수 없다는 사실. 1980년 5월 17일 전두환의 신군부가 비상계엄을 확대하자 광주 시민들은 계엄 해제, 전두환 퇴진, 김대중 석방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고 공수부대에 의해 유혈 진압을 당했다. 중앙정보부가 있던 남산에 끌려갔던 김대중은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투옥 생활을 거쳐 미국 망명길에 오르고 나서야 다시 광주를 만났다. 눈물을 쏟는 김대중과 광주 시민들의 표정만으로 어려웠던 현대사의 비극이 설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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