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참가자가 자기소개 시간에 한 명씩 앞으로 나와 나이, 직업, 장거리 연애 가능 유무, 이상형 등을 이야기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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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회식 자리에서 "환승 연애 보세요?"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나 둘씩 박수를 치면서 지난 시즌까지 줄줄 소환해 냈다. 최근 종영한 <솔로 지옥 3>도 정주행 한 사람들이 있어서 공감대를 살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솔로>도 보냐고 슬쩍 물었다. "엇, 저는 안 봐요"라는 선 긋기 대답에 내심 서운했지만, 20대 사이에서 <나는 솔로>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취향이 곧 자신을 대변한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나는 솔로>의 애청자라는 사실은 어쩐지 숨기게 된다. 마치 막장 치정 드라마를 인생 콘텐츠로 뽑는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나는 솔로>는 결혼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최종 커플이 되려는 출연자들의 몸부림만 부각하지 낭만적 사랑과 연애는 묘사하지 않는다. 20대가 연애 관계 속 적나라한 본심이 오가는 영상을 예능으로 즐기기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기존의 연프가 수려한 외모, 취미, 성격 등의 매력을 강조해 정서적 교류가 새어 나와 가벼운 스킨십으로 이어지는 장면을 포착하고 보여줬다면 <나는 솔로>는 결혼 상대에게 요구되는 프로필을 쭉 나열한다. 첫인상 투표 이후 나이, 직업, 재산, 아이 유무 등이 밝혀지면 한 번의 지각 변동을 겪는 장면에서 '외모 오래 못 간다'는 말에 숨은 뜻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연애는 짧고 굵게 불태우는 젊은 시절의 전유물이지 일상과 동행하는 가치가 아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서로를 향하는 기적적인 순간을 소중히 간직하고 정성껏 유지하는 데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신 한국처럼 결혼, 주거, 양육에 일평생 모은 목돈이 들어가는 사회에서 연애가 결혼을 전제하면 개인은 기업 인사팀으로 변한다. 이 사람과 경제공동체로 묶였을 때 안정적인 생활을 꾸리고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지 손익을 따지는 것이다. <나는 솔로> 출연자들 또한 대화를 통해 현실적인 조건을 명확히 확인하려 든다. 장거리 연애를 할 경우 자신의 주거지로 직장을 옮길 수 있는지 묻고, 아이 교육 방식을 대화 주제로 풀어가는 식이다.
<솔로 지옥3>, 솔직하고 본능적인 출연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