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선산>을 기획하고, 각본 작업에 참여한 연상호 감독.
넷플릭스
한국형 재난 드라마, 그리고 좀비물로 이젠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연상호 감독은 '가족'을 정면에 내세웠다. 오는 1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선산>은 작은아버지의 사망으로 생각지도 않은 선산을 물려받게 된 주인공 서화(김현주)와 해당 마을 사람들과 엮이게 되며 벌어지는 기이한 일을 다룬다.
다분히 스릴러 요소가 강하다. 여기에 일부 오컬트적 요소까지 더했다지만, 15일 서울 삼청동 인근에서 만난 연상호 감독은 가족의 이중성 내지는 양면성을 말하고 싶었다며 메시지를 강조했다. 애초에 가족과 왕래가 없던 주인공, 선산을 두고 각종 개발 사업을 기대하던 마을 사람들의 욕망이 뒤섞이며 드라마는 광기 어린 캐릭터들의 항연이 된다.
2024년에 맞는 시의성
해당 기획은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프로젝트마켓에 소개된 바 있다. 작품화되기까지 10년이 걸린 셈. 직접 연출자로 이름을 올렸다가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으며 민홍남 감독이 연출자로 나서게 됐다. 민 감독은 <부산행> 등 연상호 감독의 작품 다수에서 조연출로 일하며 오래 호흡을 맞춰왔다. 연상호 감독은 "중간중간 제가 다른 제작사에 제안하기도 했지만, 소재 때문인지 거절당하기도 했다"며 기획 배경을 전했다.
"<돼지의 왕>(2011)을 끝낸 뒤 한국적 정서가 담긴 스릴러를 생각하다가 시골 비닐하우스 교회와 선산이란 이미지를 떠올렸다. 전자는 <사이비>라는 작품으로 만들게 됐고, 후자는 계속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이 있었다. 가족이라는 이미지가 긍정적이지만, 선산 때문에 가족들이 싸움 났다는 이야길 많이 듣기도 하잖나. 한국의 특수성이라 생각했다.
민홍남 감독과 오래 일했는데 어느새 시간이 8년이 훌쩍 지나가 있더라. 뭔가 시도할 때가 왔다는 그의 말에 이번 작품 연출을 제안했다. 전부터 <선산> 기획을 얘기한 적 있고, 황은영 작가, 민 감독과 같이 이야기를 만들게 됐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트윈픽스>라는 작품이 있다. 기본적으로 스릴런데, 악마나 초현실적 요소가 덧씌워져 있다. 그런 게 작품을 특별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연상호 감독은 "규격화된 스릴러와 멀리 떨어진 방식으로 가고 싶었다"며 <선산> 전반에 깔린 기괴한 정서를 언급했다. 파편화된 사회적 분위기, 각자도생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요즘에 통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었다.
"사실 10년 전보다 지금이 가족이라는 주제를 꺼내기 좋다고 본다. 일종의 부족적 이데올로기가 있는 사회랄까. 냉전시대나 격변기엔 거대 이데올로기가 대립하는 구도였다면, 지금은 다양한 이데올로기가 서로 교집합을 이루기도 하고 분리돼 있기도 하다. 복잡해졌다. 그래서 오히려 가족이라는 최초의 집단 단위가 중요해진 것 같다. 이번에 제대로 가족의 양면성을 파보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