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의 한 장면.
채널A
닭이 먼저일까, 알이 먼저일까. 교직에 첫발을 내디딘 이래, 지금껏 단 한순간도 머리를 떠나지 않은 질문이다. 물론, 정답을 알아내고 말겠다는 다짐 같은 건 애초 없다. '동네북'으로 전락한 우리 교육의 현실을 절감하며, 교사로서의 자괴감에서 나온 푸념인 까닭이다.
공교육의 붕괴와 사교육의 창궐. 학교 안팎에서 둘은 인과관계로 설명된다. 교사들은 사교육이 창궐하면서 공교육이 무너졌다고 말하지만, 여론은 정반대로 해석한다. 공교육의 수준이 낮아져서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교사가 무능한 탓이라는 이야기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부터 보자. 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시험은 학교에서 본다. 국영수 등 대입에서 열쇠를 쥐고 있는 과목의 경우, 학교 수업은 말 그대로 껍데기만 남은 형국이다. 그나마 대입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 한국사나 예체능 교과, 그리고 동아리 활동과 진로 탐색 활동 등 비교과 영역에서만 공교육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국영수의 경우, 어느새 사교육의 선행학습은 기본이 됐다. 되레 '선행 과정을 몇 번 돌렸느냐'가 관건이다. 이젠 초등학생 때 미적분을 뗐다는 건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 고등학교 1학년 첫 시험 때 이미 의치대와 명문대 진학 여부가 결정된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야기다.
고작 교육부의 조치는 '선행학습 내용 출제 금지'가 전부다. 학년 초엔 교과별 평가 계획서와 수업 진도표를, 학기 중엔 출제 원안을 별도로 제출하도록 하는 이유다. 서로 대조해서 어긋난 경우, 징계하겠다는 취지다. 시도 교육청에서 관내 모든 학교를 조사하려면, 아마도 별도의 담당 부서가 필요할 것이다.
꽤 오래전부터 시행됐지만, 과문한 탓인지 이로 인해 선행학습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선행학습이 돼 있어야만 교과 진도를 어렵잖게 따라갈 수 있다는 걸 아이들도 알고 있다. 동료 수학 교사의 말을 빌자면, 학교 수업만으로 수능에서 1등급을 맞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고 했다. 2023년 온 사회를 들끓게 했던 '킬러 문항 소동'을 떠올려보라고 했다.
단언컨대, 우리 공교육은 대입에 최적화한 사교육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사교육에 견줘 공교육의 수준이 낮다는 여론의 질타는 기실 학교가 학원이 되어야 한다는 말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같은 출발선상에서 사교육과 공교육이 대입 실적 경쟁을 벌이라며 등 떠미는 것이다.
'동네북'으로 전락한 우리 교육의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