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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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로 돌아온 모던 경성
이렇게 화려하게 등장한 모던 경성은 이후 드라마로 그 입지를 넓혀간다. 그중에서도 김은숙 작가의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이 가장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작품이 아닐까.
도망 노비였던 어린 소년이 유진 초이가 되어 경성으로 돌아온다. 미군이 된 그는 일본 유학생 김희성(변요한 분), 호텔 글로리의 사장 쿠도 히나(김민정 분), 조선 독립군 고애신(김태리 분)과 각각 대립한다. 드라마 속 배경은 그야말로 한국과 미국, 일본 각국의 이해에 독립과 친일, 모던과 전통이 엇물리는 혼돈의 장이었다.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역사가 또 어디 있을까. 그래서였을까. 이후 모던 경성과 식민의 조합은 '클리셰'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일제 강점기에 관한 책을 읽으며 가장 신기했던 부분은 당시 경성에서는 이미 냉면과 설렁탕을 사람들이 즐겨 먹었다는 사실이었다(<라이더, 경성을 누비다> 김기철, 시공사). 심지어 냉면과 설렁탕을 몇 그릇씩 쌓아서 배달하는 능력자가 각광받았다고 한다. 그런 경성의 먹거리는 tvN 드라마 <구미호뎐 1938>에도 등장했다. 본의 아니게 1938년 경성으로 가게 된 구미호 이연(이동욱 분)은 즐기던 냉면을 먹으러 가고, 그의 오른팔이던 구신주(황희 분)는 냉면 배달부가 된다는 설정이었다.
또한 경성 최고급 요릿집 묘연각의 류홍주(김소연 분)도 등장한다. 이들은 식민의 떡고물을 즐기는 인물인 듯 하지만, 자신이 아끼는 이들을 일본이 건드린다면 돌변해서 그들의 목에 거침없이 칼을 들이대는 양가적인 인물들이다.
지난해 12월 22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 크리처>에서는 남자 주인공 강태상(박서준 분)이 바로 그런 역할을 맡는다. 그는 경성 최고의 전당포 금옥당의 대주주이자 능란한 처세술로 경성을 주무르는 북촌 최고의 자산가로 등장한다. 그는 이시카와 경무관의 애첩을 찾으라는 협박을 시작으로 옹성병원 속에 가려진 음모를 파헤치며 정의로운 인물로 거듭나게 된다.
넷플릭스 시리즈 <도적: 칼의 소리>의 주인공 이윤(김남길 분)은 노비 출신으로 일본군이 되지만, 강압적인 토벌 작전 속에 억울하게 숨져간 백성들로 인해 각성하고 정의의 도적으로 거듭난다. 그런가 하면, <미스터 선샤인> 속 유진 초이 역시 미국 군인이었지만 조선의 현실과 그 현실에 뛰어든 고애신을 비롯한 이들의 헌신을 보며 결국 자신을 독립운동에 내던지게 된다. <경성 크리처> <도적> <미스터 선샤인> <구미호뎐 1938> 모두 남자 주인공의 각성이 이야기의 주된 얼개가 된다.
그런가 하면 <구미호뎐 1938> 속 재력가 집안의 딸이지만 무장 독립 투쟁을 벌이는 선우은호(김용지 분)는 <암살> 속 안윤옥이나 <미스터 선샤인>의 쌍둥이와 같다. 배경은 다르지만 <도적> 속 남희신(서현 분)도 철도국 과장이라는 직책과 달리 독립군에 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철도 부설 자금을 탈취하는 독립운동가이다.
<경성 크리처> 여주인공 윤채옥(한소희 분)은 10년 전 사라진 어머니를 찾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동북아 전체를 헤집고 다니는 인물이다. 드러내어 말하지는 않지만 채옥과 그의 아버지는 그동안 위안부로 잡혀가거나, 강제 징집된 이들을 구출했던 듯하다. 이들 작품 속 여자 주인공들은 경계선에 선 채 고뇌하는 남자 주인공들과 달리, 실천에 있어 한 발 앞서 나간 캐릭터를 연기한다. 그들은 무기를 드는 것에 주저하지 않고, 적에 맞서 싸움에 거침이 없다.
가장 악랄한, 하지만 편리한 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