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어지는 땅> 관련 이미지.

영화 <이어지는 땅> 관련 이미지. ⓒ 5시55분


 
여행이든 유학이든 또다른 목적이든 타지에서의 생활은 일상에서 분명한 자극이 된다. 더욱이 현지에서 같은 나라 사람을 만날라치면 평소보다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 여행의 설렘. 타지에서의 외로움과 고독감을 소재로 한 영화가 새해 첫 달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어지는 땅>은 제목처럼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라는 공간 배경에서 서로 다른 사연과 사정이 있는 남녀가 인연을 맺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시작은 호림(정회린)의 시선에서부터다. 런던 유학 생활 중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우연히 발견한 캠코더에서 낯선 여성 이원(공민정)의 모습을 발견한 그가 어떤 계기를 통해 실제로 원과 만나게 된다.
 
원은 런던에 있다가 밀라노로 생활 터전을 옮겼다. 런던 생활 때 지인 경서(김서경)와 동환(감동환) 커플과 만나던 중 호림을 알게 됐고, 이후 호림의 사연을 듣는다. 알고 보니 호림은 예전 연인 동환의 흔적을 쫓아 왔던 것. 헤어짐의 후회와 여러 감정을 품던 호림을 바라보는 원의 표정이 꽤 복잡하다.
 
영화는 이야기를 잠시 분절시켜 밀라노에서 여행객 화진(류세일)과 마주친 이후 관계가 급진전되는 원의 사연을 제시한다. 자연스럽게 호림에게서 이야기 화자가 옮겨지는 방식이다. 과거의 기억과 흔적, 스쳐지나간 인연을 회상하며 현재의 인연을 마주하는 과정을 감성적으로 제시한다.
    
 영화 <이어지는 땅> 관련 이미지.

영화 <이어지는 땅> 관련 이미지. ⓒ 5시 55분


 
  
 영화 <이어지는 땅> 관련 이미지.

영화 <이어지는 땅> 관련 이미지. ⓒ 5시55분


 
극적 사건이나 등장인물을 뒤흔드는 일들은 영화에서 벌어지지 않는다. 끊길 듯 이어지는 인연과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는 감정의 잔재를 화면 곳곳에 녹일 뿐이다. 서사적 구성과 갈등 해결에 익숙한 관객 입장에선 다소 밋밋하게 다가올 여지가 있지만, 감독이 전하려는 특유의 정서가 꽤 설득력 있어 큰 방해요소로 작용하진 않는다.
 
그 정서라 함은 아무래도 뿌리없음, 즉 최근 몇몇 교포 배우들과 한인 2, 3세 배우들 사이에서 소환된 이민자 혹은 이방인의 정서와 맞물려 있다. 주체성을 잃고 타지에서 쉽게 타자화되는 이방인의 정서는 그 자체로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를 영화 속 캐릭터와 이야기에 효과적으로 녹였는지는 물론 다른 문제겠지만, <이어지는 땅>에선 장황하게 이야기를 벌이지 않고 각 인물에게 집중하는 방식을 택했다.
 
부유하는 삶은 쓸쓸해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도 소중한 인연은 생기는 법이다. 애써 우울감에 잠식당하지 않고, 삶을 이어나가는 등장인물들이 반갑다. 물론 모든 걸 포기한 인물도 있었고, 애써 소중한 인연에 개의치 않는 냉소적 태도를 지닌 인물도 있었다. <이어지는 땅>은 그 모든 가능성의 씨앗을 남겨둔 채 이야기를 맺는다. 투박하지만, 감독의 뚝심이 느껴지는 지점이다.
 
한줄평: 부유하는 삶을 향한 섬세한 응원
평점: ★★★(3/5)

 
영화 <이어지는 땅> 관련 정보
 
원제: The Continuing Land
감독: 조희영
출연: 공민정, 정회린, 류세일, 감동환, 김서경
제작: 5시55분
배급: 필름다빈
러닝타임: 87분
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
개봉: 2024년 1월 10일
 

 
   
이어지는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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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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