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경성크리처> 스틸컷
넷플릭스
문제점은 원작 없는 오리지널 시리즈라는 강점을 활용하지 못한 빈약한 서사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달려야 할 연료가 초반부터 바닥나 버린다. 패망을 앞둔 일본이 마지막까지 발악한 이유는 조선인을 상대로 한 생체 실험이다. 인간에게 탄저균을 주입해 변해버린 괴물이 진화한 개체, 일생일대의 업적이라 믿는 그릇된 욕망이다. 마치 프랑켄슈타인을 만든 박사처럼 인류 발전 기여라는 비뚤어진 대의를 들먹이는 꼴이다.
공포물로 홍보했다가 처참한 흥행 참패를 맛본 <경성학교>나, 스릴러인 줄 알았는데 한국형 히어로였던 <늑대사냥>,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를 그린 <미스터 션샤인>의 기시감도 든다. 모성애, 가족애 등 보편적 클리셰가 나쁜 건 아니지만 <경성크리처>만의 특색이 부족하다.
크리처, 고어, 슬래셔물이 주는 스릴과 공포감, 로맨스물에서 얻을 수 있는 따뜻함과 휴머니즘, 역사물이 뒷받침해 주는 빈티지한 분위기를 엮었으나 산만하다. 다양한 재료가 섞여도 조화를 이루는 비빔밥이면 좋았겠지만, 그저 특색 없이 밋밋한 음식이라 손이 가지 않는다.
빛나야 할 박서준과 한소희의 케미가 영 부족하다. 경성 개츠비라 불리며 북촌 바닥을 꽉 잡고 있는 금옥당(전당포) 지주 태상과 실종된 어머니를 찾고 주변을 경계하느라 차가워진 철벽녀 채옥은 좀처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돈다.
안타깝게도 크리처의 CG도 조악해 존재감이 크지 않다. 국어책 읽는 듯한 어색한 일본어 대사와 진지한 회차가 끝나고 나오는 경쾌한 OST의 부조화도 걸림돌이다. 일제강점기가 배경이고 모국어가 아니기에 부자연스러움을 이해하더라도 대사의 감정선이 느껴지지 않다. 평면적인 악인이 거듭되자 긴장감도 저하된다. 당시 쓰던 단어와 말투를 쓰면서도 갑자기 현대어와 유행어가 끼어드는 식의 중구난방 톤이 갈피를 잡지 못한다.
아쉬움 남는 700억 대작의 그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