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채널A
마트에 가는 길, 형제는 엄마를 향해 동시에 안아달라고 보챘다. 당황한 엄마는 어쩔 줄 몰라했다. 연년생 남매를 육아 중인 장영란은 "처음부터 안 된다고 해야" 된다고 훈수를 뒀지만, 엄마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금쪽이를 안아주었다. 그러자 동생이 서러워 울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엄마는 금쪽이를 내려놓고 동생을 안았다. 이번에는 금쪽이가 토라졌다.
우여곡절 끝에 마트에 도착했지만,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엄마는 수월하게 장을 보기 위해 동생을 카트에 태우며 금쪽이에게 "형이니까 양보해."라고 말했다. 아직 어린 금쪽이가 그 상황을 이해할 리 없었다. 잠시 후, 금쪽이는 장난감을 사달라며 울고불고 떼를 썼다. 온몸으로 버티며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 엄마는 지쳐서 마트 장보기를 포기하고 귀가해야했다.
"터울이 적은 형제를 동시에 육아해야 하는 상황 이게 무척 힘들죠. 동시 육아를 할 때 제일 중요한 건 원칙을 잘 세워야 해요. 분명한 지침을 알려줘야 해요." (오은영)
오은영은 엄마의 육아 방식이 '연한 아메리카노' 같다며, 훈육을 하긴 하지만 밍숭맹숭하다고 지적했다. 분명한 원칙 전달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안아달라는 아이들에게 너무 쉽게 물꼬를 터준 것부터 단추를 잘못 꿰맨 것이다. 서로 안아달라 떼쓸 때는 정확한 지침이 필요한데, 요리조리 거절했다가 마지못해 안아주면 그때부터 엄마 품을 쟁취히려 경쟁이 시작되기 마련이다.
또, 동시 육아를 할 때 매번 "형이니까 참으라"는 식으로 설득하면 어떻게 될까. "내가 아기라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는 퇴행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쪽이가 엄마 품을 떠나지 않고 아기 같은 모습을 보이는 건 그 때문이리라. 무엇이든 원칙을 세우지 않으면 불공평하다고 여기게 되고 억울함이 생긴다. 그 감정이 아이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은 당연하다.
육아에도 영향을 미치는 엄마의 불안장애
한편, 엄마가 '사회 불안 장애'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애들이 나가서 크게 다치면 어쩌지?" 지레 겁을 먹은 엄마는 집 밖으로 나가는 걸 극도로 꺼렸다. 가끔 놀이터에 나가도 금세 귀가를 종용했다. 늦은 밤, 뒤척이며 잠에서 깬 엄마는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불안감 때문인 듯했다. 정작 본인은 기억을 하지 못했다. 흡사 영화 <잠>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엄마는 28세 때 직장에서 발표를 망친 후 불안 증세가 시작됐다며, 그 뒤로 길을 가면 사람들이 나를 향해 손가락질할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오은영은 사회 불안 장애의 주요 특징이 '평가 당하는 상황에 극도의 공포'라고 설명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뒤에서 누가 위협할 것 같다는 생각, 감정 기복, 우울감, 불안함 때문에 집 밖을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육아 방식, 훈육 방식에 대한 부부의 이견도 도드라졌다. 설거지를 먼저 끝내려는 엄마와 아이들을 먼저 재우자는 아빠는 의견 충돌을 벌였다. 잠들기 전 시작된 갈등은 잠들 때까지 이어졌다. 아이들 앞에서 언성이 점점 높아졌고, 부부는 아이들이 말려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싸웠다. 훈육 방식에 대해서는 아빠는 엄한 편이었고, 엄마는 언성을 높이는 방식을 싫어했다.
"금쪽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귀하고 소중한 사람이에요. 친정 엄마가 깊고 따뜻한 사랑을 주지 않았다고 해서 금쪽이 엄마가 귀하지 않은 게 아니에요."(오은영)
오은영은 금쪽이네를 어떻게 봤을까. 우선, 엄마의 불안 때문에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발달 자극'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회성이 발달하는 나이의 금쪽이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아이들은 엄마의 감정을 민감하게 알아차리는데, 만약 부모가 불안해서 결정을 못 내리고 있으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일부러 문제 행동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가족의 불안을 낮추기 위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