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SBS플러스 <나는 SOLO> 스틸 이미지
ENA, SBS플러스 <나는 SOLO> 스틸 이미지ENA/SBS플러스
 
2023년 예능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질문 하나를 던져보고자 한다. 한 해 동안 시청자의 가슴을 가장 뜨겁게 만들고, 더불어 머리끝까지 화나게 만들었던 예능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언뜻 여러 프로그램의 제목이 떠오르지만, 역시 압도적인 표를 얻을 프로그램은 따로 있다. 다들 어느 정도 예상했을 테지만, 연애 리얼리티 < 나는 SOLO >(아래 <나는 솔로>)가 아닐까.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연애 리얼리티'가 강세를 보였다. 특히 시즌제로 방송되는 프로그램들이 힘을 과시했다. 채널A <하트시그널4>, MBN <돌싱글즈4>가 돌아왔고, 연말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솔로지옥>이 세계 순위 TV 쇼 부문에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TVING <환승연애> 시즌3가 29일 공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역시 연애 리얼리티의 선두 주자는 <나는 솔로>이다. 

"어제 '나는 솔로' 봤어?"
"OO기 OO, 진짜 '역대급' 아니야?" 


가는 곳마다 '나는 솔로' 얘기만 했던 날들

지난 9월 방송된 116회는 시청률 4.058%(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는데, 체감상으로는 60%대 시청률의 MBC <허준>이나 SBS <모래시계>에 비견될 정도였다. 어딜 가나 <나는 솔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해당 기수의 출연자에 대한 인상평부터 훈수, 특정 기수의 출연자를 비판하는 대화들이 이어졌다. 인스타그램 등 SNS와 연예 기사란은 <나는 솔로> 출연자들의 가십으로 가득 채워졌다. 
 
다만, 아쉬운 건 그 관심이 대체로 부정적이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나는 솔로>는 매 기수마다 불쾌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방영된 12기는 '모태솔로' 특집이라는 의아한 콘셉트로 진행됐는데, 일방통행식 애정 공세가 부각되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특히 옥순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들이대기만 한 광수의 행동은 '스토킹'처럼 비치기도 했다. '모태솔로' 특집은 출연자들을 방송에서 조롱거리로 만들면서 시청자의 재미에 치중한 기획에 가까워 보였다.

그런가 하면 섭외와 관련한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13기 옥순은 여러 차례 방송 경험이 있었지만, 이를 솔직하게 공개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자연스럽게 출연 목적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제작진의 검증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뿐만 아니라 13기 순자는 자신의 혼인 이력을 숨겼다가 뒤늦게 입장문을 통해 사죄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일찌감치 커플로 연결됐던 순자와 광수의 방송 분량이 극단적으로 줄어들고, 심지어 통편집된 것에 의문을 품었던 시청자들은 허탈한 웃음을 지어야 했다.

출연자들의 진정성에 기초했던 <나는 솔로>의 위상이 위태위태한 상황에서 나타난 16기는 그야말로 역대 최고였다. 초반부터 논란의 중심에 선 출연자는 영숙으로, 옥순과 혼자만의 기싸움을 벌이며 분위기를 흐렸다. 영숙의 예민함도 문제였지만, 타인의 말을 곡해해서 전달하는 (영숙을 비롯한) 전체 출연자들의 문제점도 도드라졌다.

이후 영숙과 상철의 러브라인이 부각되며 많은 인기를 끌기도 했다. 가수 이효리뿐만 아니라 많은 연예인들이 몰아보는 '정주행'을 했다며 인증할 정도였다. 프로그램이 산으로 가는 와중에 상철은 독특한 캐릭터로 주목받더니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방송이 끝난 후 각종 구설수에 오르며 한순간에 지탄의 대상이 됐다. 다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자와 연애 중 다른 사람을 만났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영숙은 상철에게서 받은 음담패설 카톡을 공개했다.

'나는 솔로'에 가장 필요한 것은 진정성
 
 ENA, SBS플러스 <나는 SOLO> 스틸 이미지
ENA, SBS플러스 <나는 SOLO> 스틸 이미지ENA/SBS플러스
 
연애 혹은 결혼에 대한 출연자들의 진심, 그것이 <나는 솔로>의 존재 이유라는 건 두 말하면 잔소리다. 하지만 올해만 해도 여러 출연자들이 '홍보'를 목적으로 방송을 활용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부 출연자들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개인 방송을 하거나 다른 예능에 출연하기도 했다. 

한편, 17기는 방송 내내 16기의 후폭풍에 휩쓸리며 제대로 주목받지도 못했다. 위기의식을 느꼈던 걸까. 제작진은 18기에서 승부수를 던지는 모양새다. 첫회 방송 후 역대 최고 여성 출연자들이라는 평가가 쏟아졌고,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불쾌한 논란은 여전했다. 블랙핑크 리사, 배우 김옥빈을 닮은 외모로 주목받은 18기 옥순이 배우 출신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다시 홍보를 노린 게 아니냐는 지적으로 시끄러워졌다.

옥순은 논란이 커지자 SNS를 폐쇄한 상태이고, 제작진은 아무런 입장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나는 솔로> 제작진은 부실한 출연자 검증, 악마의 편집 등 각종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올해 시청자를 가장 열받게 만들었던 예능 <나는 솔로>가 2024년에는 좀 달라지길 기대해 본다. 뜨거운 건 가슴이면 족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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