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빙: 어떤 인생> 스틸
티캐스트
매일 똑같은 시간 기차로 집과 회사를 오가는 루틴을 지키던 윌리엄스 (빌 나이)는 최근 시한부를 선고받았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하나뿐인 아들을 열심히 키웠을 뿐인 대체 어디부터 잘못된 건지 도통 모르겠다. 한눈팔지 않고 앞만 보고 살아왔던 성실한 시청 공무원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지 않겠나. 충동적으로 윌리엄스는 다음 날 직장에 출근하지 않았다.
얼마가 될지 모를 살날을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다. 극단적이라고 해도 좋았다. 남들 눈을 일일이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비로소 남은 인생을 쓰겠다고 선언했지만 제대로 즐겨 본 적 없어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아는 거다.
어쩌다 바닷가에 도착한 그는 한 레스토랑에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극작가 서덜랜드(톰 버크)를 만나 향락의 세계를 경험한다. 전 재산의 반을 도박, 술, 춤, 노래 등으로 흥청망청 탕진할 기세다. 하지만 재미와 의미를 찾지 못해 그만둔다. 대체 무엇을 하는 데 써야 할지 몰라 야속한 시간만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시청 직원이었던 마거릿(에이미 루 우드)과 난생처음 비싼 레스토랑에서 시간을 보낸다. 내친김에 못 가본 놀이공원이나 매일 들렸던 극장을 찾아 그동안 못 누렸던 일상을 만끽하게 된다.
마거릿과 함께라면 살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지치지 않는 호기심과 젊음의 생동력이 펄떡였다. 매 순간 격렬하게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마거릿을 보며 문득 깨닫는다. 버킷리스트를 완성하기보다, 일탈을 경험하기 보다, 그저 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는 데 의미를 찾자는 생각이 스친다. 지금 바로 이 순간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 먼지가 자욱하게 쌓인 한 장의 서류를 찾아 곧장 실행에 옮긴다.
살아 있음을 느끼는 찰나, 작지만 위대한 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