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관료주의에 찌든 주인공에게 닥친 사건
우리는 쉽게 공무원을 '세금도둑'이라 성토하곤 한다. 조금만 신경 쓰면 시민들의 곤란을 해결해줄 수 있는데도 복지부동이 몸에 배긴데다 평생직장, 속칭 '철 밥통'을 차고 앉아 배짱이라는 것이다. 국회의원만큼은 아닐지언정 일 안하는 공무원 팍팍 잘라야 한다는 여론을 SNS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반대로 주민자치센터 등 현장에서 시민들을 상대해야 하는 공무원들은 극성 민원인의 '갑질'에 부르르 떠는 반응을 드러내곤 한다. 취업절벽이 심해지면서 몇 년간 원래 고졸 취업기준으로 설정된 9급 공무원 시험이 사법고시를 방불케 격심해지곤 했지만, 근래 들어 언제 그랬냐는 듯 경쟁률이 떨어지고 이직이 심화 일로라고 한다. 사기업에 비해 박봉인데다 만만한 게 공무원이라고 시달리다 보니 젊은 신입들이 못 버티고 나간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꼭 현대 한국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민원처리 속도는 세계적으로 알아줄 만하고, '진상' 민원인들의 행패가 잊을만하면 어딘가에 올라오지만, 그래도 관공서를 불태우거나 폭동으로 뒤엎지는 않으니 말이다.
한국에서 실무직(6-9급) 공무원 중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세를 지닌 이는 아마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김선태 주무관일 테다. 대개 온라인 홍보를 위해 지자체와 공공기관이라면 여러 채널을 개설하지만 콘텐츠 부재와 사후관리 부실로 비싼 돈 들여 만들어놓고도 폐허처럼 방치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충주시 유튜브는 기초지자체 홍보공간인데도 50만이 넘는 구독자를 자랑한다. 단연 전국 지자체 중 광역/기초 가리지 않고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중이다.
성공요소를 들자면, 아무래도 관료적일 수밖에 없는 공무원 사회에서 쉽게 드러내기 힘들 'B급 감성' 폭발하는 개성이 인기의 근본이겠으나, 해당 채널에서 작심하고 리얼하게 묘사하는 공무원 사회와 관공서의 현황 역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데 이견이 없을 테다. 특히 '왜 공무원은 전화를 돌리는가?' 편은 공무원이나 일반 시민이나 모두 높은 지지를 보냈던 방송으로 기억에 남는다. 영국에서 날아온 <리빙: 어떤 인생>은 바로 해당 방송의 영국 판처럼 관객의 이목을 잡아끌며 인상적인 오프닝을 선보인다.
판에 박힌 듯 흘러가는 관공서의 시간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