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먹히는 OTT 업계, 결국 손해는 사용자의 몫일까. 21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티빙에 대한 실태 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주요 OTT 업계의 잇따른 요금 인상에 대해 해당 업체들이 이용자의 권리와 이익과 관련한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하고 있는지 파악할 예정이다.

OTT 지형도 변화는 이미 예견되었다. 지난 4일 넷플릭스는 드라마 <약한 영웅>의 시즌2 제작을 밝혔다. 2022년 12월 개봉한 <약한 영웅> 시즌 1은 'OTT 화제성' 드라마 시리즈 부문에서 4주 연속 1위를 차지, 점유율 23.4%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성황리에 전작이 종영한 만큼 시즌 2 제작은 모두 예상하였던바. 뜻밖인 건 <약한 영웅>이 넷플릭스로 보금자리를 옮겼다는 것이다.

사실 <약한 영웅>은 토종 OTT 웨이브의 오리지널 시리즈였다. 웨이브는 지난 한 해 동안 20편 이상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며 국내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도모했다. 그 중 <약한 영웅>은 2022년 유료 가입자 견인 1위를 도맡으며 이용자 수를 급증시켰다. 웨이브표 오리지널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여준 <약한 영웅>, 어쩌다 집 떠나 넷플릭스로 향했을까.
 
넘을 수 없는 넷플릭스의 벽
 
  구독자 수 1위이자 전 세계적 흥행을 담보한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자라면 가장 선호하는 OTT이다.
구독자 수 1위이자 전 세계적 흥행을 담보한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자라면 가장 선호하는 OTT이다.pixabay
 
모든 사업이 침체했던 코로나19 사태, 오직 OTT만이 웃었다. 지난 7월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 등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9년 5월 국내 OTT 사용자는 702만 명이었지만, 2020년부터 16.5% 증가하며 꾸준히 상승 곡선을 탔다. 2023년 5월 사용자는 3301만 명(중복 사용자 제외) 10명 중 6명은 OTT 앱을 설치한 셈이다. 여러 OTT 앱 중 사용자가 높은 건 넷플릭스. 이어 쿠팡플레이, 티빙, 웨이브, 디즈니플러스가 추격을 노리고 있다.

문제는 이용자 수의 격차다. 쿠팡플레이는 자사 와우 멤버십 회원이라면 추가 결제 없이 시청 가능한 결합 상품으로 제공되어 타 OTT에 비해 이용자 수 확보가 유리했다. 그 덕에 2위로 자리매김하였지만, 1위 넷플릭스(1198만)에 비하면 턱없는 466만 명. 약 2.5배 차이다. 3위 티빙(417만), 4위 웨이브(301만)는 넷플릭스와 3배 이상 벌어졌다.

무너진 지형도에 국내 OTT 플랫폼은 적자난에 빠졌다. 티빙은 2021년 751억, 지난해 1192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웨이브는 2021년 558억 원에서 지난해 1217억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2016년 1월 넷플릭스와 동시에 출시하며 대항마였던 왓챠는 2021년 248억 원에서 지난해 555억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LG유플러스와 인수 불발 이후 다시 투자자 유치에 나선 상황이다.

결국, 일부 국내 OTT는 독자 노선을 포기했다. 티빙과 웨이브는 만년 적자를 면치 못하며 매년 합병설이 돌았다. 2020년 7월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당시 MNO 사업부장)는 "웨이브는 티빙과 합병하기를 원한다"고 밝혔고 지난 7월에도 양 사의 합병설이 일었다. 무성한 합병 소문은 드디어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 5일 CJ ENM과 SK스퀘어는 전날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송사 및 통신사 등 주주들의 이해 관계가 얽혀 있어 실질적인 합병까지 갈 길이 멀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양해각서를 체결한 당일, 넷플릭스는 <약한 영웅> 시즌 2 제작을 발표했다. 웨이브는 합병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 제작사 쇼트케이트는 "촬영을 앞두고 양사가 처한 상황에서는 후속 시즌을 위한 협업이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며 충분한 사전 논의 끝에 넷플릭스로 작품을 이전하였다고 밝혔다. 시즌 1과 시즌 2가 다른 플랫폼에서 공개되는 일은 국내 시장에서 이례적인 행보다. 이에 <약한 영웅> 사례가 토종 OTT 플랫폼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한다는 평이다.
 
좋은 시나리오는 모두 넷플릭스로?

"좋은 시나리오는 넷플릭스로 간다"는 업계 평처럼 구독자 수 1위이자 전 세계적 흥행을 담보한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자라면 가장 선호하는 OTT이다. 반면, 넷플릭스가 국내 미디어를 장악한 현 상황에 대한 우려와 티빙, 웨이브의 합병이 넷플릭스 단독 질주를 제어하길 바라는 목소리도 크다. 특히 IP(콘텐츠 지적재산) 독점, 공유 계정 금지 등 넷플릭스의 행보가 사실상 OTT 업계를 장악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넷플릭스는 이달부터 계정 공유를 유료화하였고 지인 혹은 거주지가 다른 가족과 계정을 공유한 이용자들은 계정당 5천 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시행 초기에는 이용자 간의 주거 관계, 생성 가능한 계정의 개수 등으로 많은 이용자들이 혼란을 겪었다.

사용자들은 "가족인데도 모두 떨어져서 살면 추가금을 내라는 것이냐", "공유 가능한 가구 등록하는 법이 복잡하다", "넷플릭스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정책 안내 관련 콜센터 설치 및 상품 변경에 따른 올바른 고지를 촉구했지만, 사용자들은 여전히 혼선을 빚었고 '한 가구에 거주해야 공유 가능하다'는 넷플릭스의 정책이 현시대의 주거 형태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넷플릭스 홍보팀은 "넷플릭스는 회원분들의 구독료를 바탕으로 시리즈 및 영화 등의 훌륭한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재투자하고 있다"며 OTT 독점 비판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또한 IP 독점에 대해 "넷플릭스는 사전 제작을 기반으로 제작비 전액을 사전 지급하는 동시에 추가적인 보상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는 기존 업계에서 소위 '러닝 개런티'라는 형태로 작품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수익 상실은 물론 금전적 부담이 창작자들에게 직접 발생했던 환경을 뒤집는 '100% 창작자 친화적' 상생 모델"이며 "콘텐츠의 흥행에 따라 새로운 시즌 및 리메이크/속편 등 2차 저작물 제작 등의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답했다.
 
OTT 싸움에 이용자 등골 휜다
 
 최근 드라마, 영화, OTT 시리즈 등 인기 있는 콘텐츠들을 유튜브에서 요약본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드라마, 영화, OTT 시리즈 등 인기 있는 콘텐츠들을 유튜브에서 요약본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PIXABAY
 
지상파 채널이 아닌 OTT가 국내 미디어를 장악한 시대, OTT 싸움에서 이용자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티빙과 디즈니 플러스, 넷플릭스 등은 가격을 인상했고 유튜브도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유튜브 영상을 광고 없이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은 월 1만 4900원이다. 2020년 9월 이전 가입한 초기 이용자들은 월 8690원에 이용하였지만, 앞으로는 인상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특히 유튜브 프리미엄에 속한 유튜브 뮤직이 멜론, 지니뮤직을 제치고 음원 플랫폼 1위를 차지한 만큼 가격인상에 대한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또한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KBO 리그 경기 유무선 중계 사업자에 대한 경쟁 입찰에 쿠팡플레이가 참여할 거란 업계 관측이다. 만일 쿠팡플레이가 프로야구 중계권을 딴다면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서 진행되던 모바일 무료 중계가 중단된다. 유료 플랫폼인 쿠팡 플레이에서만 시청이 가능하다는 점에 대한 야구팬들의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OTT 업계와 제작사, 이용자의 관계는 마치 동화 <원숭이 꽃신>과 같다. 신발이 필요 없던 원숭이는 오소리의 꼬드김에 처음으로 꽃신을 신는다. 꽃신에 익숙해질수록 발바닥은 말랑해지고, 신발없이 못 걷는 처지가 된다. 역전된 상황에 오소리는 꽃신에 점점 높은 값을 부르다 못해, 온갖 허드렛일을 시키고, 나중에는 자기를 업고 다니게 한다.

OTT의 막대한 자본력에 작품이 모이고, 편리성에 조회수가 올라가는 세상. OTT는 오소리를 자처했다. 막강한 권한, 높아지는 사용료에도 제작사와 이용자가 울며 겨자먹기로 OTT를 택하는 세상.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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