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림극장 상영관 출입문. 고전영화는 65세 이상 3천 원, 일반 6천 원, 일반 영화는 65세 이상 6천 원, 일반 8천 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권지현
최현준 대표의 마음은 그대로 관객에도 통했다. 어르신들만 오던 공간에 청소년과 청년이 들어오고 자연스럽게 함께 영화를 보고 소통하는 장이 되었던 것. 실제로 GV(Guest Visit) 행사 때 여러 세대가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감독이나 배우들이 놀라기도 한단다. 최현준 대표는 미림극장이 '청년 세대에 고전의 의미를 전하고 신구세대가 함께 어울려 문화예술을 누리는 공간'이길 바란다.
"제가 와서 한 게 '청소년 영화제작교실'이었어요. 한 4년간 운영한 거 같은데, 그러다 보니 주로 어르신들이 계시던 곳에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게 된 거죠. 그게 서로가 어색할 수도 있는데, 처음엔 조금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자연스러워지더라고요. 또 아이들이 직접 제작한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하고 그걸 또 어르신들도 보고 그러면서 서로 간의 거리를 좁혀가는 거죠.
그뿐만 아니라 극장은 영화를 넘어서 예술 장르와도 협력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공간이라 생각해요. 저희는 예술인복지재단에서 하는 예술인파견지원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는데요, 음악, 미술, 평론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모여 영화상영회를 기획하기도 했고, 공연도 하고요, 일반인들 대상으로 무용 워크숍을 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음악을 하는 한 작가님이 극장 일상의 소리를 채집해서 디지털 테이프 뮤직으로 만들기도 했어요. 그야말로 종합 예술 공간인 거죠."
미림극장을 찾는 시민들은 이제 극장에서 문화 활동을 하는 것에 익숙하다. 영화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기만의 예술적 욕구를 발견해내고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젊은 영화인들의 예술적 꿈을 펼칠 수 있는 곳 또한 이곳 미림극장이다.
"영화를 만들어도 영화를 상영할 곳을 찾기가 힘들거든요. 배급사가 붙으면 어떻게든 개봉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들이 더 많아요. 영화는 만들어지는데 배급도 안 되고 상영도 어려운 거죠. 그런 작은 영화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또 이런 예술영화관이 해야 할 노력이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계속 문의가 옵니다. 영화 상영할 수 있냐고. 너무 소규모 영화거나 하면 저도 상영을 두고 부담스러울 때가 있지만, 영화 만드는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더라고요. 최대한 정성 들여 답장을 보내죠. 같이 해 보자고."
하지만,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숙명이란 그런 것일까. 열심히 해도 살림은 늘 빠듯하다.
"사실 미림극장은 처음부터 위기였던 거 같아요. 재개관할 때 인천시와 동구청이 지원을 약속했는데, 당장 다음 해에 기관장 바뀌면서 바로 지원이 끊겼거든요. 당황스러웠죠. 그 지원금이 없으면 운영에 큰 차질이 생기니까요. 다행히 그때 사회적기업 대표님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주셨는데, 그 도움이 없었다면 문 닫았을지 몰라요. 그 이후로 늘 언제 문 닫게 될지 모르겠다 싶은 불안감이 생기더라고요. 내일, 내년, 그 이후를 생각하면 답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오늘 하루만 열심히 극장 문을 열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그게 하루하루 지나서 오늘까지 오게 된 건데, 아마 내년 내후년이 되면 또 그렇게 문 열고 운영하고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