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인 서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호(이동욱 분)는 싱글 라이프를 즐긴다. 홀로 즐기는 걷기, 먹기, 살아가기의 감각을 느낄 줄 알며 SNS에 일상을 공유하는 파워 인플루언서다. 그러나 영호는 착각한다. 홀로 살아간다는 건 어떠한 대인관계도 맺지 않고 고립되는 것이 아니다. 영호는 친구, 연인 없이 혼자 살아가야만 인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고 열변을 토한다. 어딘가 사연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무신경한 영호에게도 첫사랑이 있다. 영호가 읽던 고전 소설에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린 게 첫 만남이었다. 시종일관 다정하고 관계에 충실한 영호와 달리, 첫사랑은 무신경하고 냉정하며 끝내 영호를 홀대한 채 말없이 사라진다. 사랑에 실패한 영호는 날을 세웠고 첫사랑을 박제했다.
우연히 영호는 싱글 라이프에 대한 책을 쓰게 되고 스페인에서의 싱글 라이프를 담은 한 작가와 함께 책을 내게 된다. 그 작가도 영호처럼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적어갔다. 영호와 스페인에서 날아온 글은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지만, 어딘가 틀어졌다. 알고 보니 스페인에서 온 작가 주옥(이솜 분)은 영호의 첫사랑이었다. 매몰차게 영호를 배신해 놓고 정작 글은 상처 입은 어투였다.
주옥의 기억은 달랐다. 첫 만남에서 영호는 고전 소설이 아닌 만화책을 읽었고, 문예창작과 진학을 꿈꾸는 주옥에게 "가봤자 별거 없다"며 찬물을 끼얹는다. 직장까지 찾아와서 "함께 회식에 가겠다"고 우기고, 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걸 아까워했던 건 주옥이 아닌 영호였다. 영호는 부인하고자 책장을 뒤졌지만, 아이스크림 흔적이 남은 건 주옥의 말대로 만화책이었다.
영호는 첫사랑을 왜곡했다. 자신의 실수를 상대에게 전가했고 관계에 선악의 이분법을 적용해 자신을 한없이 억울한 피해자로 위치시켰다. 결국 영호는 자신의 왜곡을 인정하고 주옥에게 사과한다. 주옥은 마지막으로 그와 포옹하며 모두가 첫사랑에 하고 싶은 말을 던진다.
"한 번쯤은 다시 만나고 싶었어. 우리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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