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유서 깊은 가문에서 태어난 스노우, 그러나 가난했다. 돈이 없어서 욕실 벽에 붙은 대리석을 떼어 단추를 만들고 작은 구두에 발을 욱여넣었다. 장학금 발표만 기다리던 그때, 규칙이 바뀌어 우등생이 아닌 헝거게임에서 인상적인 멘토에게 수여하겠다고 한다. 멘토는 헝거게임에 출전한 12개 구역의 조공인, 즉 게임 플레이어를 돕는 역할. 스노우는 조공인을 돕다가, 끝내 사랑에 빠진다.
젊은 시절의 스노우는 누군가를 사랑할 만큼 인간적이다. 가족을 아끼고,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눈물을 글썽이고, 사랑하는 조공인을 살리기 위해 편법까지 쓴다. 동시에 인간을 꿰뚫는다. 눈치가 빨라서 권력자들의 수를 미리 읽고 처세에도 능하다. 결국, 스노우는 인간성을 이용해 악행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처음 헝거게임이 개최되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잔인하다'고 평했다. 나와 똑같은 인간이, 경기장에 갇혀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무자비하게 죽이는 광경은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스노우는 헝거게임의 판을 뒤집었다, 인간적이어서 잔혹하지 않도록.
'조공인에게 이입되어서 게임 보기가 괴롭다고? 그럼 그를 돕기 위해 후원해 봐. 게임에 끌려 나온 게 불쌍하다고? 우승자에게는 호화로운 포상을 줄 거야.' 그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조공인이 폭력과 탄압에 시달리는 시민이 아닌, 마치 슈퍼챗 후원을 기다리는 유튜버 같다. 스노우는 게임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공감 능력을 교묘하게 꾀어내 헝거게임이란 폭력에 가담하게 하였다.
그의 악행은 끝나지 않았다. 권력자의 눈에 들기 위해 친구인 척 다가가 동료의 비밀을 밀고하고 진실한 학생인 척 행동하다가 총장을 살해한다. 마침내 산꼭대기에 내린 눈처럼 권좌에 오른 스노우. 그는 진실을 깨달은 양 뱉는다. "경기장에서만 헝거게임이 벌어지는 건 아닙니다. 현실이 헝거게임 그 자체입니다."
그의 논리는 철저한 오류다. 영화 속 서로 간의 화합과 다정으로 살아가던 이들을 죽이고 약육강식의 룰을 적용하여 세상을 싸움터로 만든 건 스노우 그 자신이다. 친구의 애정, 총장의 진심, 사랑하던 이의 신뢰, 타인의 인간적인 감정을 저버리고 이용한 것 또한 스노우다. 비루한 독재자의 변명, 관객은 이미 그의 결말을 알고 있다. 시민에게 밟혀죽는 권력자의 말로(末路)를.
낮에는 시민을 죽이던 헌병이, 밤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