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싱어게인3>의 한 장면
JTBC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런 근사한 심사평을 하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JTBC <싱어게인3>의 김이나 작사가이다. 이런 식이다.
"든든한 바위 위에 피어있는 너무 예쁜 꽃." (최백호의 '나를 떠나가는 것들'을 부른 1호 가수와 25호 가수의 무대)
"46호님은 미국 서부에 럭비 팀장 여자친구 할 것 같은 그런 잘 나가는 고등학생 느낌을 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아무 것도 모르는 기숙사 밖으로 나가본 적 없는 여자가 됐다가 하시는 거예요." (김건모의 '스피드'를 부른 46호 가수와 56호 가수의 무대)
특유의 음색으로 감탄을 자아냈던 1호 가수의 '불안정한 아름다움'과 연륜이 녹아있는 가창력으로 감동을 이끌었던 25호 가수의 '뿌리내린 단단함'이 어우러진 무대를 한마디로 정리한 김이나의 표현력은 압권이었다. 그의 문학적 심사평은 46호 가수의 개성과 끼를 칭찬할 때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중간에 목소리 톤을 바꿔 다른 느낌을 내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찰떡 같은 비유를 선보였다.
그런가 하면 56호에게는 "고관절을 여자가 그렇게 쓰는 사람은 처음 봤"다며 "아저씨처럼 쩍벌을 하고 하체를 쓰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고 직설적인 언어로 시청자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또, 탈락자에게는 "거듭되는 무대를 보면서 진짜 넓은 폭의 그림을 그려나갈 분들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 소리와 얼굴 마주치게 될 거라 생각한다"는 진심어린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싱어게인>은 심사위원단장을 포함 총 8명의 심사위원단 체제를 취하고 있다. 시즌1에서는 OB와 YB로 구분해서 세대별 관점의 차이를 보여줬다면 시즌3에서는 그런 구분 자체에 더 이상 무게를 두지 않는다. 약간 기울어져 있던 남녀 성비도 4:4로 맞춰졌다. 시즌에 따라 심사위원단 구성이 조금씩 바뀌어 왔는데, 김이나는 시즌1 때부터 줄곧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터줏대감이다.
시즌3로 넘어오면서 유희열의 공백을 윤종신이 채우고, 이선희와 윤도현, 송민호의 빈자리를 임재범, 백지영, 코드쿤스트가 대신하게 됐다.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지지만, 회차가 계속될수록 어색은 사라졌다. 또, 새롭게 합류한 심사위원들의 매력이 서운함을 일부분 상쇄했다. 하지만 김이나의 대체자는 막상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큼 그의 존재감은 대체불가이다.
시즌2에서 김이나는 우승자 이승윤의 첫 무대를 보고 "설레발이지만 30호가 앞으로 굉장히 인기몰이할 것 같다"고 예견했고, "스스로가 '나를 왜 좋아하지, 나는 애매해'라고 생각하는 게 마인드 컨트롤의 일환일 수 있지만 30호는 (대중들의) 애정과 사랑을 받아주기만 하면 훨씬 더 멋있어질 것 같다"고 평가했다. 30호의 매력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낸 심사평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