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약속>의 연출자이자 주인공인 민병훈 감독과 아들 민시우
민병훈필름 제공
"저처럼 슬픈 사연이 있는 사람에게 치유가 될 수 있고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자신이 주연으로 등장한 영화 <약속>을 처음 본 소감에 대해 어린 시인의 답은 꽤 성숙했다. 치유, 위로, 공감 등의 표현을 초등학생이 사용한다는 것이 뜻밖이었다. 그러나 그가 쓴 시를 읽으면서 표현의 깊이가 이해됐다. 엄마를 잃은 슬픔과 그리움을 시를 통해 이겨내고 있는 소년에게 성숙함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지난 1일 개봉한 민병훈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 <약속>이 잔잔하지만 열띤 반응을 얻으며 주목받고 있다. 치유를 주제로 담고 있는 <약속>은 엄마를 잃은 소년 민시우와 아빠인 영화감독 민병훈이 각각 엄마와 아내의 빈자리에서 허전함과 아픔을 달래는 일상을 꽤 빼어난 영상미로 표현해냈다.
민병훈 감독과 아들 민시우에 대한 이야기인데, 감독이 자신의 이야기를 대중에 공개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무릅썼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영화다. 아버지와 아들은 아내와 엄마를 그리워하며 서로 껴안고 엉엉 운다.
감독의 혼란한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자연의 힘이고, 어린 시인 민시우의 치유의 도구는 솔직 담백한 시어다. 아내와 엄마의 빈자리를 시와 영상으로 이겨내는 영화는 곳곳에서 뭉클한 감정과 함께 뜨거운 눈물을 흐르게 만든다. 꾸밈없는 이야기는 내내 영화에 몰두하게 한다.
시와 맞아 떨어지는 멋진 자연에 울림과 눈물
이 영화에서 주목되는 것은 시를 쓰는 초등학생 민시우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눌러 담은 시는 관객에게도 깊이 있게 전달된다. 순수한 시어 속에 솔직한 생각과 감정이 담겨 있기에 뭉클함과 함께 적잖은 위로와 감동을 준다.
유치원을 졸업할 무렵 떠나간 엄마를 그리워하는 민시우는 이미 여러 번 TV 예능 프로그램과 방송 다큐멘터리에 나오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지난 8월 9일 방송된 <유 퀴즈 온 더 블럭> 206회에서는 진행자인 유재석과 조세호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기도 했다. '제가 죽을 때 봄이었으면 좋겠어요. 왜나하면 벚꽂을 손에 들고 엄마한테 선물을 주고 싶기 때문이에요'라는, 엄마를 향한 솔직하고도 절절한 시어에 두 진행자는 연신 눈을 만져야 했다. 어린아이의 진솔한 마음과 함께 깊이 있는 감정이 전달됐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