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키리에의 노래> 이와이 슌지 감독
미디어캐슬
한국에서는 '오겡끼데스까'로 유명한 <러브레터>(1995), < 4월 이야기 >(1998),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1), <하나와 앨리스>(2004), <립반윙클의 신부>(2016), <라스트 레터>(2020) 등 이와이 슌지를 믿고 따르는 충성도 높은 팬들이 많다. <러브레터>가 나온 지 30년 가까이지만 여전히 소년, 소녀 감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과연 그에게 청춘, 청년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
지난 11월 3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와이 슌지 감독을 만나 신작과 일본 영화업계와 작업 방식을 들을 수 있었다. 신작 <키리에의 노래>는 일본을 대표하는 젊고 재능 있는 배우와 작품을 제작했다. 여전히 젊음을 테마로 최고의 배우와 협업하고 있는 저력을 확인하는 영화다.
이번 영화는 '지진'이라는 재난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이 슌지 감독에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큰 상흔으로 남았다고 했다. <키리에의 노래>를 통해 상처 입은 영혼을 희망의 노래로 치유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 그는 < 3.11: 이와이 슌지와 친구들 >(2011)을 통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인식 전환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만든 바 있다. <키리에의 노래>는 그 연장으로 볼 수 있다.
- 일본에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이를 애도하는 여러 영화가 제작되고 있습니다. 감독님에게 2011년 어떠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건가요.
"일단 제가 나고 자란 곳에서 지진이 나기도 했고요. 지난 10년 동안 재해 다큐멘터리나 '꽃은 핀다'라는 노래도 만들면서 돌이켜보니 그날 하루 보다, 그 뒤 오랜 시간 일본을 떠올려 보게 되더라고요. 저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걷다가, 오늘까지 이르렀던 것 같네요."
- <키리에의 노래>는 동일본 대지진 12년 후 세상에 나왔습니다. 키리에가 지진 후 쓰나미가 덮치기 전 동생을 찾아다니다가 극적으로 만납니다. 그 이후 장면은 상상으로 남긴 채 파트가 달라지는 것처럼 흑백으로 처리됩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하나의 마침표라 보시면 되어요. 쓰나미가 밀려온 지점부터 구획이 그어지는 단절이에요. 원래 그 뒤 이야기가 있어요. 어린 루카가 혼자 구출되는 장면, 나츠히코가 달려와 재해 지역에 도착하는 장면 등이 있었지만. 최종 단계에서 보여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동명 소설에서도 구체적인 것은 넣지 않았어요."
- 10월에 주연 세 분을 이끌고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다양한 행사를 소화하셨습니다. 여전히 <러브레터>를 인생 영화로 꼽는 한국 팬도 많아요. 한 달 만에 재방문한 소감, 한국 개봉 3일 만에 1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까지 들은 기분이 어떠신가요.
"20년 전 부산에 처음 방문했는데, 20년 후에 일본에서 가장 재능 있는 배우와 영화를 만들고 부산에 또 온 거라 감회가 남달라요. <러브레터>를 본 세대뿐만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봐주셨다는 데 의미가 있죠. <러브레터> 개봉 때는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세대가 <키리에의 노래>를 봤다고 하니 묘한 감정이 듭니다. 제가 흡혈귀처럼 나이 먹지 않나, 타임머신을 타고 뚝 떨어진 건 아닐까 싶어요. 다양한 관객이 거듭 제 영화를 봐주시면서 이어진 결과라 매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