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다큐 '하드코어, 서울'의 타이틀
KBS 다큐 '하드코어, 서울'의 타이틀 KBS 화면 갈무리
 
최근 정치권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메가 서울'이다. 김포를 서울시로 편입하자는 얘기를 시작으로 광명과 구리, 고양 등 경기도의 주요 도시까지 거론되고 있다. 

'메가 서울'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지난달에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하드코어 서울>이 떠올랐다. '다큐인사이트'는 지난 9월 14일과 21일, 각각 <하드코어 서울 Part 1. 블랙홀>, <하드코어 서울 Part 2. 내일은 아무도 몰라> 편을 방영했다.  

<하드코어 서울>은 최선화 배우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72시간 동안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방식으로 흡사 다큐 <3일>과 유사한 형식이다. '한국PD연합회'로부터 이달의 PD상을 수상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는 평이다.  

일자리와 의료, 교육이 집중된 서울
 
 지방에서 서울 상급종합병원으로 진료를 보러 오는 인원이 79만명이 넘는다.
지방에서 서울 상급종합병원으로 진료를 보러 오는 인원이 79만명이 넘는다. KBS 화면 갈무리
 
<하드코어 서울 Part 1. 블랙홀>은 수서역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그들이 왜 서울에 올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 수서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 목적으로 나뉘었는데, 의료와 교육 그리고 일자리였다.

수서역에 내리면 대한민국 최고의 종합병원들을 대부분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몰려온다는 것.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서울지역 5개 주요 상급 종합병원을 이용하는 비수도권 진료 인원이 78만 명이라고 한다. 지방에서 서울로 오는 환자들이 워낙 많다 보니 삼성서울병원은 수서역에서 병원까지 가는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전날 지방에서 올라와 병원 의자에서 쪽잠을 자거나 인근 원룸에서 비싼 월세를 지불하고 거주한다. 그들은 어쩔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쉰다. 지방에는 상급 종합병원과 같은 의료 인프라는 물론 의사조차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치동에는 학원과 교습소가 1609개 있다.
대치동에는 학원과 교습소가 1609개 있다. KBS 화면 갈무리
 
다큐 제작진은 학원에 가기 위해 수서역을 이용한다는 학생을 따라 대치동으로 간다. 대치동에는 학원이나 교습소 등 사교육 관련 시설이 1609개라고 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학원에 가기 위해 대치동을 찾는 학생도 있었지만 방학 때마다 '기숙학사'(고시원 형태)를 이용하는 고등학생들도 꽤 많았다.

지방에는 전문학원이 부족해 대치동에 올 수밖에 없다는 학생의 인터뷰를 보면서 '강남8학군'이라는 말이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수서역에는 아침마다 출근하는 직장인이나 이직이나 취업을 위해 면접을 보러 오는 취준생들이 많았다. 그들은 지방에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서울로 온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하드코어 서울 Part 2. 내일은 아무도 몰라>에 나온 이수현씨는 통영에서 서울로 올라와 살고 있다. 이씨는 "사실 살고 싶어서 사는 건 아니고 일자리가 여기밖에 없어서"라고 말했다. 실제로 매출 상위 100대 기업 중 78개의 본사가 서울 강남에 밀집해 있다.  
 
"우리가 예전에 아메리칸드림을 꿈꿔서 미국이라는 곳을 택했듯이 많은 지방 사람이 강남드림을 꿈꾸고 오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황영주, 51세, 창원)

파주에서 온 박찬호씨는 제직진을 향해 "지금 모든 인구가 서울로 집중되어 있고, 소비할 수 있는 부분이 서울이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이 서울로 오는 이유를 설명한다.  

블랙홀 '서울'... 이대로 괜찮을까?
 
 KBS 다큐 '하드코어 서울'의 타이틀
KBS 다큐 '하드코어 서울'의 타이틀 KBS 화면 갈무리
 
<하드코어 서울>의 타이틀은 유성이 떨어지다 폭발하는 장면이다. 마치 이대로 가면 서울이 멸망할 것이라고 암시하는 듯하다. 제작진은 '하드코어'에 이어 '블랙홀'이라는 말까지 썼다. 다큐를 보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지금의 서울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서울은 대한민국 인구의 20%가 밀집해 있다. 수도권 인구는 2천6백만 명, 전체 인구의 50.5%이다. 그중의 대부분은 서울로 출근이나 통학한다. 대한민국을 '서울공화국'이라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제작진은 서울이 블랙홀처럼 사람과 문화, 학생, 재산 등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말한다. 이미 서울은 모든 것을 흡수해서 넘치고 있지만 계속해서 인프라와 인구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서울이 거대해질수록 지역 간 불균형은 더욱 심각해지고 지방소멸은 가속화될 것이다.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메가 서울'이 내년도 총선을 목적으로 급조한 어젠다라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등 집값 상승을 원하는 국민들의 욕망을 부추기는 나쁜 정치라는 말도 있다. 

<하드코어 서울> 다큐 제작진은 "소리 없는 재앙은 이미 시작됐다"면서 "우리는 이제 서울의 미래를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에게 <하드코어 서울 Part 1. 블랙홀> 시청을 권한다. "언제 터져버릴지 모르는 서울, 이대로 괜찮을까?"라고 묻고 싶다. 
덧붙이는 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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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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