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키리에의 노래> 스틸
이화배컴퍼니
가까이 다가가 움켜쥐면 부서질 것 같은 여리고 순수한 키리에(아이나 디 엔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지만 노래를 부를 때면 찢어질 듯 거친 음색을 내지르는 길거리 뮤지션이다. 어릴 적 쓰나미로 가족을 잃고 언니의 남자친구 나츠히코(마츠무라 호쿠토)를 찾아 무작정 오사카로 향했다.
하지만 세상은 집도 절도 없는 아이를 그대로 두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나츠히코와 재회했지만 혈육이 아니라는 이유로 고아원을 전전하며 성장하게 된다. 시간은 흘러 언어 대신 노래로 세상과 소통하는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우연히 종적을 감추었던 친구 잇코(히로세 스즈)와 재회한다.
잇코가 지금까지 뭐 하고 지냈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만난 게 어디냐며 하고 싶었던 일을 마음껏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 사이 잇코는 매니저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잇코의 컨설팅에 따라 자신을 상징하는 파란 옷을 입고 거리에서 노래를 부른다. 성대를 긁어내는 허스키 보이스와 정제되지 않아 더욱 매력적인 음악 스타일은 위태로운 키리에를 감싸 안으며 도시에 퍼진다.
잇코는 뛰어난 홍보력으로 키리에의 성공에 한 발짝 다가간다. 다른 뮤지션과의 협업이나 SNS 관리, 굿즈도 만들어 박차를 가하던 중 돌연 사라져 버려 걱정을 끼친다. 그 후 키리에는 또 혼자가 되어 노숙으로 하루를 보내고, 우여곡절 끝에 나츠히코와 만나 끊어진 인연을 이어 나간다.
꿈과 이름까지 잃고 방황하는 잇코, 연인을 잃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나츠히코의 안타까운 사연이 덧씌워지자, 흔들리는 청춘의 초상이 완성되어 간다.
179분 감독판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