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년들> 스틸컷
CJ ENM
그로부터 16년 후인 2016년. 유일한 목격자이자 사망 피해자의 딸인 윤미숙(진경)과 소년들이 황 반장을 찾아와 재심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한다. 윤미숙은 그날의 충격과 오해로 소년들을 범인으로 지목한 과오를 깨닫고 바로잡고 싶어 했다. 뒤늦은 속죄라고 해도 좋으니 제발 도와달라며 무죄를 호소한다.
황 반장은 고민한다. 16년 전, 혼자서는 바로잡을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든든한 지원군과 증거 자료, 증인까지 섭외했다. 그날 이후 완전히 뒤바뀌어 버린 세 소년의 청춘뿐만 아닌,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가족에게 떳떳하고 세상에 떳떳할 그날을 위해 다시 일어서보려고 한다. 왕년에 미친개 소리 듣던 황준철이 아직 죽지 않았다.
앞으로도 외면해서는 안 될 이야기
영화는 <재심>의 실존 인물 황상만 반장을 끌어와 황준철로 캐릭터화했다. 본 사건의 의심과 동참을 유도하는 길라잡이로 삼았다. 2000년 재수사 과정과 2016년 재심 과정을 교차편집해 지루함을 덜어내고 생생함을 극대화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의 장점을 살려 관객의 호흡을 리드미컬하게 유지하는 균형감도 놓지 않았다.
처음부터 <공공의 적> 강철중의 나이든 버전을 생각하고 각본을 집필했다는 정지영 감독의 감각은 이번에도 통했다. 한 번 물면 놓치지 않는 황준철 반장 역의 설경구는 16년의 간극을 외적 변화로 메웠다. 마치 <박하사탕>에서 시간을 거스르며 달라지는 김영호가 생각나는 변신이다. 엘리트에 반듯한 외모를 가져 더욱 악랄해 보이는 최우성 역에는 유준상이 연기해 대립각을 세운다. 생각지도 못했던 진범 역에 서인국이 등장해 놀라움을 안긴다. 심각한 상황으로만 흘러가지 않도록 감초 역도 세심하게 배치했다. 허성태, 염혜란이 종종 관객의 숨통을 트이게 돕는다.